[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을 위한 날 선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구제약과 럼피스킨병의 발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격랑 속의 계묘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엄청나게 많은 양적 완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금리는 낮추고 자금을 시장에 계속 풀었다. 이렇게 많이 풀린 돈은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오면서 미국 연준의 시장금리는 사상 최고조에 도달하였고 이에 따라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 지구 전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촉발된 신냉전 시대의 개막은 어려워진 국제환경을 그야말로 불확실이라는 암흑 속으로 물고 들어갔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된 패권전쟁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쳐진다고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정말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1875조 6천억 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이로 인해 가계에서의 가처분 소득 비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기구인 국제결재은행(BIS) 구스틴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의 통화정책과 재무정책은 적절하지만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하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인 것이기에 금후 우리나라 경제에 계속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 분야는 어떠한가?

치솟는 농자재 가격과 재료비의 급상승으로 농가 경영은 말할 것도 없고 환율 상승, 사료비의 고공 행진에 이은 소 값의 하락으로 어려운 축산농가에 연이어 불어닥친 구제역과 럼피스킨병 등 가축전염병의 발생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가 종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봄철 냉해와 여름철 기록적 폭우는 기상청이 극한 호우라고 부를 정도를 많은 피해를 몰고 왔다. 처서가 지난 후에도 장마에 버금가는 호우는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 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우리 농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들었던 한해는 저물어가고 청룡의 정기를 받을 갑진년 (甲辰年)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의례적으로 이때쯤이면 새해의 희망을 얘기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걸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하지만 모든 경제적 예상지표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은 어떻게 될까?

우선 정책적으로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이 확대되고 청년창업농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매입 지원과 영농정착지원사업이 확대 지원되고 후계농업인 육성사업이 강화된다. 농업인 연금보험료 지원금이 확대되고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가 출범되면서 농업인들의 인터넷을 통한 도매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농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취약농가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확대되는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에 따른 외국 농산물의 관세 인하로 인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 하락 등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어려운 경제여건의 지속과 비료, 사료 등 농자재값의 급등, 인력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무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우리의 농업은 선진국형 농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은 유럽 등의 선진국처럼 공익형 직불금으로 농업의 모자람을 채워주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라는 점을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익형직불금제도를 시작한 EU의 농업인들은 정부에서 주는 공익형직불금으로 대를 이으며 자부심을 갖고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도 공익형직불금이 큰 힘이 되면서 청년들이 농업현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부에서 공약한 공익형 직불금 5조 원 시대를 앞당기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현 정부의 중점사업인 스마트 팜 지원사업을 확대하여 종잡을 수 없는 기상조건에 대한 대응과 턱없이 모자라는 농촌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도 차질없이 진행하는 갑진년(甲辰年)이 되기를 청원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