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노기섭 청주대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한 달 전 즈음에 천안 소재 모 고등학교 학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필자가 충청일보에 기고한 인공지능 윤리와 관련 글을 보고서 직접 찾아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인공지능에 관심 있다는 학생이 직접 찾아오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결국 날짜를 정하고 그 학생과 인터뷰하게 되었다. 

방문하는 학생의 목적이 진로와 관련된 직업인으로부터 멘토를 받을 수 있는 교내 '커리어 인턴십'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등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고등학교에는 '진로 선택과목'이 있는데, 다양한 과목 중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연관된 수업을 듣는 시스템이었다. 개인별 적성과 학생의 학습 선택권이라는 면에서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대입을 위해 어떻게 진로 관련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블로그도 꽤 있었다.

어쨌든 약속된 날짜에 인터뷰는 잘 진행됐다.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지만, 기억에 남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어 적어 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인공지능 관련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요?'라는 것과 '인공지능 관련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하였다. 

필자가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관련 직업이 과연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순간적으로 답한 것은 '인공지능의 적용 분야가 매우 많으니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적 업무를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였다. 내가 생각해도 명쾌한 대답은 아니었다. 공학도의 특성상 두루뭉술한 답변이 싫었지만 칼로 무 베듯 명확한 정의가 어려웠다. 여전히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와 적용될 분야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고등학교부터 특정 과목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게 맞을까? 과연 어떤 전공에 필요한 특정 과목이 존재할까?

필자의 경험상 그런 것은 없다. 대부분 지식은 직간접으로 특정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은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분야에서 모두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장래 직업을 위한 특정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과목을 넓게 살펴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본래 취지는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인생의 방향을 고민해 보라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우리 시대가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장 비교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씁쓸함도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직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진로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계속 변하기도 하고 살면서 직업도 바뀐다. 

만약 다음에 비슷한 경우로 필자와 인터뷰하러 오겠다는 학생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현시점에서 직업 고민은 의미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교육 현장에서 요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 청년들이 직장을 비교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교육 현장이 오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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