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이강록 우송대학교 교수

목이 아프고 몸살기가 있어 병원에 갔다. 네 번째 코로나는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한 기사에서 누군가는 감염과 완치를 계속해서 수없이 반복했던 사례도 있었다.

남들보다 코로나를 힘들게 겪은 나로서는 끔찍한 일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A형 독감이라고 한다. 먹는 약의 수준을 보니 다행만은 아닌 것 같다. 타미플루라는 약을 먹는데 약의 환각과 우울이 부작용이란다. 약 복용 시 관찰자가 상주해야 한다고 한다. 약 먹고 난 후는 그래서 늘 긴장된다.

천장을 쳐다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왜 내가 이 독감에 걸렸을까를 복기해본다. 필자가 병을 달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위생관념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학교에서 많은 학생을 접하는 일이고 먼 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이래저래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편이다. 한동안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마스크를 안 쓰게 되었다. 여름에도 반짝 코로나가 재 기승을 벌인듯한데 그때는 탈이 없이 넘어가고 보니 더 신경을 안 쓰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매일 타고 다니는 KTX 상행선에서 몇 주 전부터 밭은기침 소리가 자주 들렸지만 나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차내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수업시간에 몇몇 학생들은 역시 심한 기침을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다만 따듯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든지 하는 조언을 했을 뿐이다. 그들도 마스크를 쓰지는 않았다.

얼마 전 모임에서 한 친구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가 살아났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또 한 친구는 오한이 든다는 말을 했었다. 그들도 역시 마스크를 쓰지는 않았다. 오한이 든 친구는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고 지금 생각해보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던 친구는 독감이었을 수 있다. 내가 역학조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 정확한 추적은 할 수 없다.

독감 걸리고 나서 요즘 독감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일단 기사가 많지도 않고 동료들 간에도 독감, 코로나에 대한 경고의 사인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한 신문기사에서는 독감, 코로나 환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고 어떤 정보에서는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6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이런 정보를 병원마다 공유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독감 유료 백신과 코로나 백신 동시 접종을 권고하는 정보도 공유한 것 같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이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고 당연히 그 심각성을 깨닫기 힘들다.

어쩌면 전 정부가 사람들을 잘못 길들인 것일 수 있다. 질병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다 보니 이제 가만히 있어도 중요 정보를 국가가 알려주겠지 하는 타성이 생긴 것 같다. 코로나 백신이 공짜였으니 가치가 없어 보이고 이런 저런 의심만 사서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을 생각을 안 하게 되고 사망자도 너무 적어서 경각심은 줄어들었고 현 정부가 그랬듯 비과학적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총체적으로 방역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과학적 방역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정보들을 찾아보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독감에 감염되면 폐렴 발생 위험이 100배, 1주일 내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0배, 뇌졸중 발생위험은 8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코로나 19도 7차 유행에 돌입했다고 한다. 현 정부의 과학자들이 사부작사부작 진행하는 과학 방역은 있는 듯 없는 듯 다소곳하고 세련된 듯하다. 하지만 A형 독감은 결코 세련되지 않다. 곳곳이 아프고 콧물을 달고 사니 더럽기까지 하다. 먹는 약도 가관이다. 앓고 있다 보니 독설이 심했다. 정부도 알고 보면 남인데 남 탓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각자 열심히 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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