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기철 영동군 상촌면장

중국 송태조 때 인물인 진국공 왕호는 태조의 뜻을 거슬러 재상이 되지 못했다. 어느 날 집 뜰에 홰나무 세 그루를 심으면 자손 중에 반드시 삼공(三公), 즉 재상의 지위에 오를 자가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뒤 그의 아들인 위국 문정공 왕단이 진종의 재상이 되었고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덕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훌륭한 자손이 하늘에 보답을 받는 다고해서 삼괴당(三槐堂)이 생겼다고 한다.

삼괴(三槐)의 괴는 홰나무 괴(槐)자로 고대 조정 뜰에 홰나무 세 그루를 심어 삼공의 좌석을 표시한 데서 온 뜻이다. 궁궐의 정문 앞에 세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 국왕을 보좌하는 삼공(혹은 삼정승)이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진 현인을 맞이해 백성들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하고자 함이라고 한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임산리 수산마을 서쪽 끝 지점에는 남지언(1507∼1566) 선생이 말년에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삼괴당(三槐堂)이 있다. 

남지언 선생은 이 마을에 괴목 세 그루를 심고 호를 삼괴당(三槐堂)이라고 했다. 이 중 한 그루는 이 마을에서 600여 년 동안 정승나무로 마을과 함께 숨 쉬고 있다.

필자는 이 정승나무를 바라보니 문득 일년지계막(一年之計莫) 여수곡(如樹穀) 십년지계막(十年之計莫) 여수목(如樹木) 종신지계막(終身之計莫) 여수인(如樹人)이란 옛말이 떠오른다.

‘1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10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라는 뜻으로 남지언 선생의 깊은 생각이 마음속에 와 닿는다. 

또 상촌면 임산리에는 남지언 선생과 관련된 건축물이 세 곳이 있다. 

첫 번째는 이 마을 들입 우측 산기슭에 세심정(洗心亭)이 있다. 남지언 선생이 성심수도하고 덕행생활을 결심하며 세운 정각이다. 

상촌을 떠나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을 할 수도 있으나 ‘당신이 상촌으로 올 때는 세심정(洗心亭)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돌아오라’라는 뜻에 세심정(洗心亭)이라 했다고 한다. 

세심정(洗心亭)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고 음각된 기초암석이 있다.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우뚝 솟음과 큰 냇물의 흐름에 비유한말로 남지언 선생의 큰 덕행을 마음에 되새기게 하는 곳이다

두 번째는 상촌면사무소 뒤편에 있는 삼괴당(三槐堂)과 삼정승 나무이다. 현재 삼정승 나무는 세 그루 중 한 그루만 남아 있다. 

삼괴당(三槐堂)은 남지언 선생이 낙향 후 후학을 기르려고 세운 건물로 강학당에는 일경재(一經齋), 이선재(二善齋), 삼괴당(三槐堂) 세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일경재(一經齋)는 맹자가 자식에게 일경을 가르치는 것이 천금을 남겨 주는 것 보다 났다는 말로 일경이라도 가르치고 배우는데 힘쓰는 재실이란 뜻이다. 

이선재(二善齋)는 두 가지 선한 일을 배우고 실행하는 재실이라는 뜻이다. 두 가지 선한 일이란 궁리수신(窮理修身), 효친경장(孝親敬長)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두 가지의 선한 일을 배우고 실행하는 것으로 재실에 들어가는 자는 각기 스스로 열심히 힘쓰라는 정신이 함양된 곳이다. 

삼괴당(三槐堂)은 세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 호를 삼괴당(三槐堂)이라고 한 남지언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삼괴당우(三槐堂宇) 이다. 

세 번째는 고반대(考槃臺)와 영사각(永思閣)이다. 고반대(考槃臺)는 상촌면 유곡리 방향으로 궁촌천과 초강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독립된 작은 산봉우리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남지언 선생이 명종 때 세운 정자로 정면 우측에 ‘고반대(考槃臺)’ 좌측에 ’영사각(永思閣)‘ 이란 현판이 각각 걸려 있다. 

고반의 고(考)는 구(扣), 반(槃)은 악기 명으로 이것을 두드려 노래에 맞추어 즐김을 뜻함에서 유래된 것으로 남지언 선생이 주로 즐기며 독서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또한 영사각(永思閣)은 깊이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지언 선생은 상촌면 임산리 수산마을에서 학문을 연구해 도를 닦고 덕을 높이 쌓았으며 후진양성으로 향토의 아름다운 풍속을 지키기 위해 전심전력해 그의 많은 제자가 명인이 됐다. 

이런 남지언 선생의 후손 된 우리는 그분의 높은 뜻을 계속 이어받아 이곳 상촌면 임산리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는 삼청(三聽) 중 하나인 ‘아들이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다양한 교육과 문화행사를 추진해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지역 청소년들이 교육에 정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와야 한다. 우리는 미래 이 나라의 기둥 될 인재로 성잘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다시 한번 영동군 상촌지역을 인문사회의 중심지로 가꾸어 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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