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양승복 수필가

소금 전쟁에 나도 끼어 있었다. 친구들이 서너 포대씩 들여 놓았다 할 때도 느긋했다. 우리집 지하실에는 일반가정집 보다 많은 양의 소금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묵히면 남아 있던 짠기가 빠지면서 돌덩어리 같이 서로 엉겨 붙어 버린다. 관심을 갖고  툭툭 건드려 주면 포실하고 맑은 결정체가 된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모든 음식의 가장 기본인 소금은, 그로인해 우러나는 맛은 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시원하고 깊고 은은한 맛도 만들고 풍미가 있고 달큰하고 때로는 쓴맛도 짠맛도 내는 게 그렇다.

큰 마트 마당에 쌓여있는 소금자루를 만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트렁크에 가득 실었다. 그리고 지하실에 차곡차곡 쌓아 놓으니 하얀 자루만 봐도 쌀자루인거 마냥 벌써 부자다. 짠물은 간수가 되어 다 빠져나가고 가벼워지고 뽀얀 해진 소금으로 봄이면 장도 담그고 가을에는 김장도 했다. 인천 소래까지 싸들고 가 나의 소중한 소금에 새우젓을 담가 오기도 했다. 남들이 절인 배추로 김장 할 때도 절이는 소금이 미덥지 못해 밤새 배추 절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건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소금을 만드는 바다물이 이웃나라로 인해 오염이 된다는 거다. 미리 사놓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거 마냥 주변에서 나를 흔들어댔다. 소금의 원천인 바닷물이 병들고 있다고 귀에다 대고 소근 거린다. 그 물질이 우주의 78% 차지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바다는 생명을 잃을 것이라고 공포도 주었다.

소금 값은 금값 오르듯 하고 인당 2포대 이상은 거래가 안 된다하여 대열에 끼고 말았다. 시끄럽기만 하고 선동하는 행동들이 유치하여 내심 이 사태를 부정하고 있었는데 여론이 그렇게 몰아갔다.

염부의 걸음걸이를 비추는 바닷물을 햇살이 다 먹어버리면 소금물은 하얀 결정체로 영글었다. 염부가 흘린 땀방울이 등줄기에서 소금으로 영글어 가는 평화로운 그림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바닷물 오염에 대해 떠들썩하던 기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국민들을 내 팽개치고 연일 다른 말들을 쏟아 냈다. 마트에서는 자유롭게 소금과 생선이 팔리고 어느 바다에서 온 생선인지도 모르고 진열되어 있다.

묻는 사람도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다. 체계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은 없고 우루루 끓었다 식는 여론을 우리는 차근히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 물질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우리는 알고 싶은데 소리 높여 연일 우리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자기들 입맛에 따라 떠들고 버린다. 그들도 소금을 쌓아 놓았을까. 지금 그들은 방사능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생선을 먹고 있을까. 아니면 알약만 먹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뱉어 놓은 말대로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자연의 조화로움이 만들어낸 천일염. 새로 사온 소금은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다.  먼저 온 소금들과 친구가 되어 고향이야기로 소곤거리며 서로 엉겨 수양을 시작한 것이다. 사리같이 맑은 소금으로 거듭나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고향바다는 늘 맑은 바닷물만 출렁이고 물고기가 마음껏 헤엄치고 있다고 기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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