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희송 금강유역환경청장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란 다시 말하면 '망상 또는 환상 같은 일'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까지 우리는 일회용품이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같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 환상과 같은 일을 형상화(形象化) 해야 하는 시대를 향해 걸어가야 할 시간이다.

몇년 전 외국 언론에서도 보도 됐던 21만t의 쓰레기 산을 29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처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일회용품 남용은 환경과 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에 국제사회는 일회용품 사용 감량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유럽 각국이 이를 이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는 주법(state law)을 제정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올해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 퇴치'로 정한 것도 최근 일회용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국내외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일회용품 문제가 위협에서 위기로 이어지기 전 이를 해결하고자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정부는 음식점, 커피전문점, 백화점, 학교·회사 내 급식소, 편의점 등에서 일회용 수저·포크, 플라스틱 젓는 막대, 비닐봉투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계도기간만 연장됐을 뿐 여전히 규제대상 품목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 지역사회의 변화된 행동일 것이다. 우리의 인식변화와 행동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일회용품 감량이라는 목표는 결국 환상 같은 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회용품 사용 감량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실생활에서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에는 큰 결실을 이룰 테니 말이다.  

예컨대 △매장 내 빨대 사용 자제와 사용 때 종이 빨대 등 대체품 우선 사용 △일상생활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 사용 △물건 구매 때 장바구니와 에코백 적극 사용 △회의·행사 때 종이 없는 회의 지향과 필요 때 양면 인쇄 등 작은 변화들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일회용품 줄여가게', '바이바이 플라스틱' 등의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식 변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흔히들 손짓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마법과 같은 삶을 꿈꾸곤 한다. 그런 마법을 꿈꾸다 보면 급변하는 현실 앞에 절망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마법을 실현하는 허황된 손짓이 아닌 변화를 실천하는 작은 손길이 더 절실하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실천과 인식변화가 순환경제사회와 탄소 중립시대를 선도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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