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사람들이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앞에서 얼마나 멈춰 감상하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갤러리에서 작품당 감상 시간은 8초였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신문 또는 잡지의 기사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와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로 8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집중력 유지가 짧아진 주된 원인은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12초였던 우리의 집중력이 2019년에는 8초로 줄어들었고 2023년 말 현재에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사람들은 미래에 기술이 발달하면 모두가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예를 들면, 밭일의 경우 10명의 사람이 10시간 동안 힘들게 할 일을, 트랙터를 이용하면 1명이 1시간만 일해도 같은 일을 모두 끝낼 수 있으니 나머지 시간은 모두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트랙터를 사용하였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도 같이 발전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사람들은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빨래가 수월해졌지만, 훨씬 더 많은 옷을 사서 자주 갈아입게 되고, 위생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는 등으로 해서 빨래의 양이 증가해 세탁하는 시간은 줄지 않았다.

사무실도 예로 들면, 24시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메일, SNS가 생기면서 편지와 전화, 전보만 있던 시절에 비해 훨씬 더 자주 많은 양의 메시지를 교환하게 되면서 소통 업무에 드는 시간은 인터넷 발명 전보다 더 많아져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할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이런 일은 백 년 전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일어났다. 물론 우리가 자동차가 나오기 이전과 같은 거리만을 이동한다면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기술이 발전했을 때 해야 할 일을 그 이전과 같은 수준에 만족할 수 없는 걸까? 왜 우리는 옛날 사람들처럼 한 달에 한 번 옷을 갈아입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또한 더 많은 편지, 메시지와 더 많은 SNS 활동으로 시간을 소비하면서 고생하는 걸까? 이는 모두가 더 치열해진 경쟁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문서작업을 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근 MS사에서 출시된 AI 비서 기능이 탑재된 최신의 제품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의 경쟁자도 당연히 같은 제품을 쓸 테고,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경쟁자보다 내가 더 유능해져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고 이 때문에 기술이 더 나아졌다고 해서, 내가 빨리 일을 끝내고 많이 놀 수 있는 세상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완벽하게 자유롭고 각자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겠지만 계속 늘어나는 사회적 요구는 우리를 압박한다. 이런 요구는 끝이 없고, 하루가 지나갈 때 우리에게 주어진 기대들을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항상 죄책감을 느낀다. 책상 앞에는 항상 ‘할 일 목록’을 적어둔 메모지가 붙어있고, 스마트폰 일정 앱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점점 빨라지는 가속사회에서 경쟁으로 인해 탈진되어 가는 고단한 삶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해 보고 다 같이 살만한 사회로 변화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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