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미희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통합사례관리사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대학 졸업 무렵 지인의 소개로 국가정책으로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에 통합사례관리사를 뽑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심정으로 입사 원서를 냈고 어쩌다 나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청주시 통합사례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사회복지에서의 사례관리란 개인이나 가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계획, 조정, 모니터링, 평가하는 과정이다. 위기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여러 기관의 개입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일련의 기술은 그간 공적부조에만 의존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만족시켜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사례관리란 무엇인가?

여기 미혼의 저소득 독거 장년, A씨가 있다. 질병으로 근로 능력이 없고 부모가 사망했기에 부양의무자도 없으며 더욱이 저소득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공적서비스(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등)도 지원 받는다. 구체적으로 1인 최저생계비 62만원과 의료급여, 주거급여를 보장받는 것인데 그동안 대부분 이 정도의 공적부조로 최저생활 영위가 가능 했다.

반면 똑같은 조건의 B씨는 정신질환과 대인기피증으로 집을 떠나 공원에서 수년째 노숙 중이다. 물론 주거복지 서비스(임대주택, 매입전세)를 수차례 안내하고 대리신청도 했으나 수년째 거절 중이다. 이유는 공동생활이 불가하고 사람과의 왕래가 싫으며 애완견과 폐지를 수집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이다.

혹한(서)기를 겪으며 야외생활의 불편함과 위험도 스스로 감내한다. 인근 공원 주차장에는 200대의 차량이 상시 주차되어 있고 운동하는 시민들도 많다. 야외 취식으로 건강은 악화되어 갔고 복지부서 공무원들은 물가에 아이를 내 놓은 듯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평안하지 않다.

위의 사례는 공적부조를 최대한 지원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개인적 문제로 지역에서 사회문제화되어 개입이 필요한 사례이고 이것을 우리는 사례관리라고 한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

이에 오창읍은 내부 사례회의를 통해 관련기관에 위 사실을 알리고 주거 이전을 설득함과 동시에 B씨의 개인적 성향에 맞는 주택을 지역 안에서 찾기 시작했다. 직능단체 회의 시 빈집을 전수 조사했고, 부동산에 주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드디어 맞춤형 주택을 찾았다. 오랫동안 비어있어 집수리가 필요했고 복지기관 공모사업에 도전해 사업비를 확보, 주거환경 개선도 마쳤다. 그 사이 B씨와 평소 라포(신뢰감)가 형성된 지인의 공조로 주거이전 설득에도 성공했다.

소문을 들은 지역의 주민, 기업, 단체들은 앞다투어 생활용품과 전자제품 구입에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우리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현재 B씨는 따듯한 집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월 2회 반찬과 봉사자의 안부를 확인받으며 마을 이장님의 모니터링과 읍사무소 방문간호사의 복약지도도 성실히 이행 중이다.

본인의 원하는 사적공간에서 애완견과 교감하며 폐지를 모아 팔며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용돈을 보탠다. 주위 사람들이 정답이라 말했던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B씨가 그토록 원하는 지역사회 돌봄 속에서...

사례관리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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