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등과 관련해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불발됐다. ‘탈출로’가 생긴 김 지사는 비판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위한 주민 서명은 오송 참사 발생 한달 만인 지난 8월 14일 시작됐다. 주민소환본부는 △오송 참사 부실 관리·대응 △제천 산불 때 술자리 파문 △친일파 발언 논란 등을 김 지사 주민소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서명운동 기한인, 120일이 지난 12일 자정 만료됐으나 운동본부는 13만명이 조금 넘는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소환 투표를 위해선 충북 유권자의 10%인 13만5438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고, 무효표 등을 감안하면 필요했던 서명 수는 16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도내 4개 이상의 지역에서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것도 필수 요건이었지만, 청주 외에는 이를 충족한 지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진행 결과를 보면, 김 지사는 매우 ‘위험한 순간’까지 내몰렸던 셈이다.

김 지사는 불발로 끝난 도지사 주민소환에 대해 지난 13일 “도민 비판과 충고를 무겁고 또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곳곳에선 파열음이 생기기도 했다.

주민소환 추진 과정에서 진보·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이 엇갈렸었다. 소환본부 등은 “김 지사가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말과 행동, 오송 참사 이후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며 서명 참여를 촉구했고, 보수단체와 국민의힘 등은 “무분별한 주민소환은 안 된다”며 중단을 요구했었다.

보수진영에 내세웠던 ‘세금 낭비’ 또한 합리적이지 않았다. 주민소환과 관련해 비용이 든 건 사실이지만, 그 행위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온전한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언제라도 도민들이 직접 나서서 심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던 탓일 것이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 과정을 지켜보면서 충북을 새롭게 바꾸는 일 외에도 분열된 지역 정서를 하나로 만드는 대통합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더 낮은 자세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겠다”며 “국민의힘 도지사가 아니라 충북도지사라는 관점으로 여야, 진보와 보수가 도정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처럼, 그는 국민의힘 도지사가 아닌 충북 도민의 도지사여야 했다. 진영논리에 갇히지도 않겠다는 의지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김 지사가 한껏 자세를 낮추고 화합을 이야기 했음에도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악재가 그의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주민 소환 투표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김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본인이 소유한 서울의 한옥 건물을 담보로 지역의 한 폐기물 업체로부터 30억원을 빌린 사실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연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직무관련자와의 거래’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해충돌인 줄 몰랐고 그런 법이 있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법이란 몰랐다고 해서 위법 사실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쯤 ‘도지사 리스크’에서 벗어날지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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