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의대 증원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에서 내세우고 있는 의대증원 반대 명분은 “종합적인 계획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의협측은 또 총파업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총파업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18일 0시를 기점으로 종료됐지만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대정부 압박용 무기로 활용할 계획인 것이다.

의협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고,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의료 현장을 보자. 필수 인력이 부족해 응급실을 전전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대학병원마다 수술을 보조할 외과 전공의 지원이 모자라 비상이다. 이 같은 상황이 그동안 지속돼 왔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의대 증원 얘기만 나오면 파르르 떨며 분노한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의사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의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2021년 기준)이다. OECD 평균인 3.7명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다. 특히 노령화된 인구 분포를 볼 때 의료 인력의 확충은 절실하다. 반드시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그게 순리다.

의협의 강경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 또한 싸늘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3.4%가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협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응답자의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그들이 벌이고자 하는 총파업의 명분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연한 자세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강경일변도로 나온다면 모처럼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정책이니 그 기조를 유지해 나아갈 뚝심 또한 있어야 한다.

인술(仁術)까지는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의사는 의사 윤리에 앞서 직업일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의대 증원이 직업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의사의 평균 연봉이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최대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밥그릇 타령’은 명분을 잃는다.

더구나 의사의 직업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의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리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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