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결국 최종 불발됐다.

지난 18일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서명운동 결과 도내 유권자 135만4380명의 10% 서명과 4개 시·군 유권자 10% 이상 서명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가 자체 집계한 서명인 수는 13만1759명이다. 전체 유권자 10%에서 3679명이 미달됐다. 지역별 10% 이상 서명 지역도 청주가 유일했다. 청주 지역의 서명인 수 10만7586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0개 시·군에서 2만4173명만 서명에 동참한 셈으로, 결국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주민소환운동 본부는 지난 8월 1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20일 동안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오송 참사 책임, 친일파 발언, 제천 산불 당시 음주 의혹 등을 이유로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주민소환의 발목을 잡은 건 주민소환제의 까다로운 요건이었다.

주민소환성립을 위해선 충북유권자 10%인 13만5438명을 넘어서야 하고, 4개 시·군에서 유권자 10%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10% 이상 서명을 받은 지역은 청주가 유일했다.

주민소환제는 행정 처분이나 결정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지자체장을 주민 투표로 해임하는 제도다.

광역단체장은 전체 유권자 중 10%, 전체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1 이상에서 유권자 10% 이상이 서명할 경우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주민투표에서 투표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이 찬성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두로만 서명장소를 안내해야 하고 온라인 서명이 제한되는 등 서명운동에 대한 현실적 제약이 심하다.

이렇듯 요건 충족이 어려운 탓에 해임까지 가는 일은 매우 드물다.

충북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된 건 벌써 9번째지만, 서명인원을 충족해 실제 주민투표까지 이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민소환 서명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선명하게 갈렸다. 찬성하는 측은 서명운동본부의 주마가편 노력을 요구했고, 반대하는 측은 세금 낭비를 지적했다. 양 측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찬성 측은, 유권자 10%에 조금 모자른 서명인 수와 서명인의 지역 편중 때문에 주민투표 문턱에서 좌절된 점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역으로, 반대 측은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투입된 도민들의 세금 26억4400만원이 공중분해됐다고 여겼을 것이다.

결과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전체 서명의 82%가 청주지역에서 나왔는데, 이는 주민소환을 촉발한 오송 참사가 청주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사고 당사자인 청주시민이 주민소환에 공감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비록 주민소환이 성공하지 못했으나 광역단체장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소환 위기에서 벗어난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3일 ‘정파를 넘어선 대통합’을 말했다. 120일 동안 서명에 동참한 도민들의 비판과 충고를 무겁고 겸허히 받들고, 좀 더 자세를 낮추고 도민을 두려워하는 지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반성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도민의 말을 섬기는 도백, 오롯이 도민들을 위해 일하는 도백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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