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를 놓고 한국 교육계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조례의 폐지와 존치를 놓고 벌이고 있는 논쟁이 진영논리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인권 보호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던 학생인권조례가 ‘정치적 시각’에 따라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이 와중에 지난 15일 충남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됐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폐지안이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최초 사례다.

충남도교육청은 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자 곧바로 입장문을 내 유감을 표했다. 도의회에 폐지안을 다시 논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재의 요구 의사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과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 같은 ‘흐름’은 전국적인 상황이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전국 9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지난 19일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폐지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후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서울, 경기, 충남, 광주, 전북,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단 전교조 서울지부 등이 제기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재판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폐지안 상정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이 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는 인식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이 사회적 쟁점이 되자, 보수 진영은 이 조례가 학생의 책임 없는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 인권이 일방적으로 강조된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학생 인권이란 이름 뒤에 교권 추락이 있었던 까닭에, 아이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해도 교사들은 이를 저지할 수 없었고 수업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해도 이를 저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이 조례가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을 통해 학생과 교사의 권리가 더욱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시 학교학부모회와 참교육학부모회 충북지부는 지난 11일 “최근 교육 당국은 교권 추락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의 폐해로 프레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다른 교육 주체의 인권이 확대되는 것이 아닌데도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축소를 교권 보호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낸 목소리는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또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는 성과를 내세웠다. 당연시 여겨졌던 체벌이 사라졌고, 복장과 두발 등 학생생활규칙에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면서 학생들도 당당히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게 됐다는 것이다.

교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원인은 교사의 노동환경 보장을 비롯한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특히 교실에서의 모든 문제를 교사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나아진 건 없었다. ‘고립자’로 남겨졌던 것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하나를 억압해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살아난다는 것은 흑백논리다. 교육현장에서 이런 이분법적 논리가 횡행하고 있는 점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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