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인 듯 인간 본성 녹아드는
빼어난 글솜씨의 詩 60편 담겨

김기준
김기준

김기준 시인이 실천문학사를 통해 첫 시집 '고백'을 출간했다.

김 시인은 1980년대 후반 대학 문학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엽서시 동인'을 구성해 독자에게 직접 시를 배달하며 시 문화 운동을 펼치다가 절필 선언과 함께 시단에서 사라진 뒤 언론인으로 활동해오다 이번 시집으로 문단에 돌아왔다.

시집에는 언뜻 연시로 보이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녹아드는 빼어난 글솜씨의 시 60편이 담겨 있다.

일반적인 연시로 문학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의 시편들은 역사적 서사를 시문학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서정과 서사를 넘나드는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해설을 쓴 김병호 시인(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서정의 의지,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균열"이라며 '서정'이 퇴색한 시대에 서정의 운명을 부여잡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역사·사회적 상상력이 발현된 다수의 작품을 통해 현직 언론인의 깨어있는 윤리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추천사를 쓴 김해자 시인은 "시인에게 시는 세계와 관계를 맺으려는 사랑의 은유이면서 갈라지고 분리된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염원"이라고 했다.

세계가 숨기고 있는 가치 있는 존재와 현상을 경험하게 해줌은 물론 자기 언어의 감각적 행로를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세계에 관한 예리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는 보기 드문 시집이라는 평가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작가는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재학 중이던 1987년 대학 문학상에 당선됐다.

전국의 대학 문학상 출신들로 '엽서시 동인'을 구성해 매월 시를 보내주는 작업을 했고 '통신 문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대학 시절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둔 학생 시인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 보내진 청주대 학보에 '학생 시인 김기준이 바라본 청주대'라는 한 판짜리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전국 입시생들의 청주대 입학을 유도했다.

청주대학교 '우암 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당선작이 기 발표작이어서 당선을 전면 취소하고 재심사했는데 다시 뽑힌 작품도 김기준의 작품이었다.

1988년 문학의 불모지인 보은군에 문학회를 처음 만들어 초대 회장을 하고 회원 작품집 '문장대' 창간호와 2집을 사비로 출간해 보은문학의 기틀을 놓았다.

신춘문예와 문예지 신인상에 응모한 1년 간 줄기차게 본선까지 올랐으나 당선하지 못 하자 결국 절필 선언 뒤 30여 년 간 문단을 떠나 있었다.

이번 시집은 충북문화재단의 출판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내게 됐다.

/신홍균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