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갈한 신당 창당 뜬금포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엄근이낙연으로 불릴 만큼 매사에 진중했던 그이기에, 친낙계조차도 그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이 전 대표를 겨냥해 김민석 의원은 사쿠라 노선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낙연 신당론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낙연 신당이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정권 심판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가 가속화되자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연서명에는 지난 18일까지 민주당 의원 117명이 참여했다. 특히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까지 서명에 참여했다. 계파를 불문하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연서명에 참여한 비명계 의원은 싸우더라도 민주당 안에서 싸우자고 이 전 대표를 간곡하게 만류하기 위해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야권 분열을 획책한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왜 신당창당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그의 요구 조건은 두 가지다. 이재명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수용과 당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다. 여기엔 당헌당규 개정 등으로 민주당이 사실상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속내는 무엇일까. 몇 가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재명 존재의 부정이다.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이 전 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 이재명은 굴러온 돌이었다. 아웃사이더이다. 그런 미미한 세력에게 그는 대선 경선에서 패했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표를 보니 친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친낙계의 고전을 딛고 서려면 계파 안배를 요구하는 몽니라도 부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는 정치 입문 이후 줄곧 민주당에 몸담았다. 16·17·18·19·21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했고, 전남도지사에 당선됐고, 총리를 역임했고, 당 대표까지 맡았다. 그 과실은 민주당이 준 것이었다. 그런 자신의 역사를 걷어차고 그는 새 둥지를 만들고자 한다. 이 같은 행동은, 친명계가 힘을 쓰는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생존 본능으로 이어져 진행됐던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사실이라면, 민주당원들의 용납을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니 따르는 이가 없다. 자신의 계파로 분류되던 의원들마저 뜻을 거둬들이라고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YTN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추진 중인 신당에 부정적 의견이 50%였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선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되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69%였다. 이 지표가 시사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야당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보수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탈당이나 창당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민주당 어른인 이 전 대표로서는 다시 한 번 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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