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설렘으로 시작된 한해가 고달픈 버티기로 저문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 위기 상황이 국민 짜증을 부른다. 정치는 퇴행하고 경제는 얼어붙고 사회는 비상의 일상화였다. 아무리 지워야 새로워진다지만 옹졸한 덕담조차 불쑥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난감하다. 솔직히 구석구석 두려움 때문이다. 그 중 예술·기술·인간과 기계 등 경계를 허문 빅블러(Big blur) 시대, 국회의원을 대체할 인공지능(AI) 목소리에 힘이 싣는다.

문제는 괴기스러운 국회 품질에서다. 도박판에서 화투장 빼듯 자기네들 입맛대로 고(go)를 하다 바가지 쓰며 날 샜다 정작 내년 예산안은 헌법상 처리 시한을 넘긴 채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삶의 문제보다 상대방 공격으로 이슈 선점·반사이익에 치열하게 스매싱하며 국민을 떨군다.

◇불안 불안

부산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탈락 후풍도 석연찮다. 정·재계·범국민 에너지를 쏟아부었으나 쳇바퀴만 돌렸다. ‘2차 투표서 뒤집기’ 호언으로 들뜨게 해놓고 결국 일찌감치(올해 8월) ‘물 건너갔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 훼방대로 됐다. 섣부른 설레발 등 외교 젬병은 노회한 관료들의 속임수인 듯 보였다.

지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폭발적 관심을 끌자 정치권에서도 시나리오를 인용하는 사례로 넘친다. ‘국민 고통(권리)’까지 디테일하게 두들긴 그의 변호는 시대적 휴머니즘인 배려와 존중을 품은 타이틀 아녔나. 저쪽에서 비틀면 되치기로 공명과 페어플레이를 아예 실종시킨 정치 팬덤, 노숙자의 독백 수준 가십을 국회로 끌고 와 이슈화 하려다 당하는 수모 등등 우 변호사(배우 박은빈) 비대위 전열 정비가 설득력을 얻는다. 2030세대 우울증 환자 수가 34만 6천여 명으로 지난 5년간 부쩍 늘었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떻게 자립할지에 대한 녹록지 않은 증거다. 국민의 힘 3호 혁신안도 ‘청년’이었다. 그러나 끗발 없는 간판 걸고 어디 한군데를 조이지 못했다. 청년 댓글엔 ‘젊은이들을 소모품 취급한다’며 2004 총선을 벼르고 있다.

◇세밑 바람

“네 누운 이곳에 / 네 목소리는 없구나 / 집에 가자 이제 / 집에 가자” (‘피에타’ 일부, 김해자) 사실 여야 미스터리를 헤아리자면 기겁할 정도다.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차원의 자기희생은커녕 중진 희생·험지 출마 ‘어쩌구 저쩌구’에 갱엿처럼 눌러 붙어 ‘여기는 내 땅’ 꽃길 말뚝을 박는다. 이리 갈리고 저리 찢겨 눈 밖에 난 들러리의 경우 결국 각자도생 제3지대 입줄을 탄다. 거미줄마냥 사법 리스크에 엉겨도 임기가 멱차도록(대법원 판결까지) 따박따박 엄청난 세비 및 특권을 움켜쥐는 것 ‘견리망의(見利忘義)’의 대표 사례다. 소위 '올드보이'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악사들 틈을 비집고 들어와 연주를 망치려 한다니 참으로 메스껍다.

좀 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늘그막엔 한 몸 건사가 으뜸인데…. “비단을 건지려면 누에는 죽어야 한다”(고진하 시인) 무흠한 총선의 궤인 민심은 과감히 희생하고 참신한 인재를 널리 품을 때 풀린다. “집에 가자 이제 집에 가자” 2023년이 저문다.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려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