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고령사회 속에서 노인계층과 청년계층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꼰대문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한 사회조사기관에서 세대 간 갈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에서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수준이 56%로 나타났다. 그런데 20∼30대의 갈등 인식은 66%로 이보다 더 높게 나왔다. 청년층이 노년층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크고 작은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오히려 더 큰 싸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올바른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는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노년층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한 주역으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그래서 후세대들을 가르치고 지도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그런 태도가 영 못마땅하다. 청년들은 그런 행동을 하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른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60대 이상 기성세대는 한평생을 수직적 구조 속에서 살아온 세대로서 수평적 사고방식이 부족하다.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기본 바탕은 당연히 통합과 협력이다. 찢기고 갈라져서는 힘과 에너지를 모을 수도 없고, 사회경제적 손실만 커진다. 사회 일각에서는 아예 발전의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요즘 젊은이들이 제멋대로이고 버릇없어 보일 수 있으나 그것 역시 일정 부분 사회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자식의 사고와 행동은 곧 거울에 비친 부모의 모습과 같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사회적 전통과 가치의 산물이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파트너가 되어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그것은 곱게 늙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외모가 온화하고 성격이 부드럽고 말씨가 거칠지 않은 노인들은 곱게 늙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반대로 심술이 가득하고, 말이 거칠어 회피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곱게 늙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은유 또한 긍정적이지 못하다. 노인들의 평균적 태도는 고집이 세고 자기 의지를 주위에 관철시키려고 하며, 아랫사람이 잘 따르지 않으면 나쁜 놈 취급을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기피 대상이 되는 기본적인 이유이다. 그래서 현자는 말했다. 늙으면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라고.

사전적 의미로 '곱다'는 말의 뜻은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등이 산뜻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영어로는 ‘beautiful, pretty, nice, warm-hearted’ 등으로 표현된다. 국어나 영어나 모두 곱다는 뜻은 우선 모양이 좋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젊은이들이 보기에 좋은 노인이란, 인자하고 건강해 보이며 늘 깨끗하여 풍기는 외모가 매력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피부가 늙는데 노력을 한다고 젊은이처럼 고와질 수가 있을까?

문제는 행동거지이다. 행동거지란 몸을 움직여서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고운 행동거지란 타인을 대하면서 따뜻하게 공감하면서 배려적인 것을 말한다. 영어에서도 곱다는 말이 마음이 따뜻한 것으로도 표현된다. 사람들이 곱게 늙는다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손해날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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