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러 악재들이 중첩돼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김건희 여사 특검이다. 김 여사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이른 바 쌍특검법은 지난 4월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라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배우자 방탄에 따른 여론 역풍을 감수하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에 대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라며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26일 임명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악법 규정을 신호탄으로 삼아 여당이 일제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명분을 쌓는 모습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 국민의힘엔 족쇄일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오차 범위 95% 신뢰 수준에 ±3.1%P)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7%(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나타났다. 거부권 행사는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도 반할뿐더러 법 앞에 만인의 평등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민심 이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야당이 이에 대한 표결을, 국민의힘이 공관위를 세우고 공천 명단을 발표하는 시점 이후로 미루게 된다면 공천에서 탈락한 국힘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

특검은 매일 수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설상가상, 서울 민심이 국힘을 떠났다는 지표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과 서초, 송파 일부 등 6곳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부터 시작됐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진교훈 민주당 후보(56.52%·137065)에게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95492)17.15%p라는 큰 격차로 패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중도·부동층 표심에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울경까지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여당 내 탄식이 나온다.

개헌저지선은 국회에서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국회의원 수로, 국회 전체 의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의원 수 100명을 채우지 못하면 윤 정권은 급속도로 레임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 민심이반의 진앙지가 대통령이었으니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국민을 다독이고, 국민의 뜻에 따라 특검을 수용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뒤바꿨던 박근혜 천막당사를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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