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옷 입은 솟대 100여 점 청주시에 기증

 

대한민국 솟대 명인(15-420호), 충북도 공예 명인(2015-9호)인 조병묵(82․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석화리 111-1 송산원·☏010-8789-3193) 작가가 평생의 과업으로 제작한 솟대 작품 107점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대표이사 변광섭)에 기증하고 지난 7월 24일 동부창고 카페C에서 ‘솟대 명인 조병묵 작품 기증식’을 가졌다.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하며 받았던 사랑과 위로, 열정 등을 작품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작품을 판매하면 수익금은 남겠지만 작품이 주는 위로와 감동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조 작가와 그의 가족들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전통 솟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던 조 작가는 이날 기증식에서 솟대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가치를 아는 곳에 작품을 남기겠다고 결심한 지 넉 달 만에 청주시에 기증하고 기증식까지 하게 돼 가슴 벅차고 기쁘다고 밝혔다. <편집자>

조병묵 작가의 솟대는 어머니와 닮았다.

 

나무 기둥을 세운 끝에 새를 올려 사람들의 염원을 하늘에 알리는 솟대의 상징성도, 작품으로서의 솟대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는 작가의 마음도 그렇다.

솟대 제작에만 매달린 30여 년, 그는 지난 세월을 “솟대에 미친 시간”이라고 단정 짓는다. 최고의 솟대를 만들고 싶어 새벽부터 밤까지 솟대만 생각했고, 더욱 아름다운 솟대 제작의 꿈은 자연스럽게 옻칠로 연결됐다.

하나의 솟대를 만들기 위해 200여 차례 사포질과 옻칠을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도 모른다는 조 작가.

하찮은 나무라 할지라도 그의 눈과 손에 들면 솟대로 생명을 얻는다.

그 솟대에 옻칠하고 나면 비로소 세상의 염원을 하늘에 전하는 솟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덕분에 그의 솟대에서는 자연을 닮은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하늘보다 사람의 마음에 먼저 닿는다.

솟대가 조 작가의 마음에 든 것은 공주박물관에서였다. 박물관 뜰에 놓인 솟대를 보고 막연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와서 기억을 더듬어 그려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길로 박물관을 찾았고 다시 만난 솟대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 정안수를 떠 놓고 매월 초하루마다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솟대와 닮아 있었다.

처음 솟대에서 받은 느낌은 그에게 평생 과업으로 솟대 제작을 하게 했고, 어머니의 마음까지 담은 솟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신념을 갖게 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솟대와 자식의 입신양명을 비는 어머니의 정안수와는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공주박물관에서 만난 솟대에서 받은 그런 느낌은 솟대 만들기를 평생 과업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어머니의 마음까지 담은 솟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솟대 공예가로 살아가기 이전에 조 명인은 27년간 중등사회교사였고, 퇴임 후에는 우체국장으로 일했다.

사람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교육관을 갖고 교사 시절에는 제자들과 자녀 교육에 매진해 ‘아버지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를, 이후 ‘성공적인 진로선택’, ‘내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한마디’,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인성교육’ 등의 책을 펴낼 정도로 교육에도 열심이었다.

강외우체국장 시절에도 전국 3000여 개 우체국 중 유일하게 ‘열린문고’를 만들었다. 사비를 털어 1만여 권을 보유한 도서관을 만든 것은 지역 학생들이 책을 통해 꿈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제자와 자식들을 위해 6권의 책을 펴낸 것도, 지역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만든 것도 모두 세상의 염원을 하늘에 전하는 솟대와 닮았다.

그의 작품을 두고 안재영 광주교대 교수는 “조 작가의 작업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해 스스로 극복해 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에 중점을 둔다. 작품은 보면 볼수록 로고테라피를 샘솟게 한다”고, 장효민 한국교통대 교수는 “조 작가의 솟대는 여성적이고 섬세하며 조형미가 돋보이고 장인의 정성과 혼이 깃든 작품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조 작가는 1942년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와 건국대 경제학과, 청주대대학원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청주중, 운호고, 음성중 등 중등교사로 27년간 교단에 섰으며 충청대와 정보통신부 공무원 교육원 등에서 강의했다. 1980년 정부제안모집 행정제도 분야에서 최고상인 창안은상을 수상, 그 공로로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솟대 도록 ‘믿음 소망 사랑’, ‘호숫가의 솟대’, ‘공공미술프로젝트 제안서’, ‘조병묵 솟대의 꿈’ 등을 발간했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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