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벼랑끝’에 여야가, 2024년 657조 예산안을 ‘지각합의’국회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법정시한 19일 늦은 21일 처리했다. R&D예산 6000억 원 늘리기로 합의했다. 새만금 예산도 3000억 원 증액했다. 이재명 지역상품권도 반영 합의했다. 이게 심층 있는 검토와 합리적 논의에 의한 합의인지는 회의적이다. 뿐만 아니라 건전재정운영면에서 얼마만큼의 건전성을 띠었는지도 회의적이다.

양당은 예산안 세부 내용에 대한 추가 작업을 거쳐 수정안을 21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처리했다. 다만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는 이번에도 무력화됐다. 예산은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수백 조에 달하는 나라살림을 여야가 막판 밀실에서 속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원내대표단 협의체를 통해 합의했다. 이에 대해 국민입장에서는 불만족이 증폭된다.

내년 예산안 중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의 경우 정부 제출안보다 6000억 원 증액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5조2000억 원(16.6%) 삭감한 25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었다. 나눠 먹기식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였지만 과학기술계 반발이 컸다.

양당은 합의문에서 “R&D 예산은 현장 연구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차세대·원천기술 연구를 보강하고, 최신·고성능 연구 장비 지원 등을 위해 6000억 원 순증한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80% 가까이 대폭 삭감됐던 새만금 예산도 기사회생했다. 양당은 입주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과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새만금 예산 3000억 원을 증액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3000억 원을 신설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된다.

정부는 9월 1일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각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야는 R&D, 지역화폐, 원자력발전, 특수 활동비를 비롯한 쟁점 항목을 놓고 맞서면서 예산안 법정 통과 시한인 12월 2일을 올해도 넘겼다.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2014년 이후 법정시한을 준수한 건 단 두 번 뿐이다. 국민들은 엄중한 자세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한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 R&D 사업 등의 원전 예산은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기존에 만들었던 안(1814억 원)이 대부분 지켜졌다”고 했다.

나라 빚이 1190조 원에 이르고 매년 이자만 66조 원에 이른다. 내년 국가채무는 1195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본예산에서 전망한 연말 국가채무 규모(1134조4000억 원)보다 61조4000억 원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0.4%(본예산 기준)에서 내년 51%로 높아진다. 이점이 건전재정구조 인지도 묻고 싶다. 나라 빚이 계속 누적되어 후손에게 물려줄 때 후손들이 이를 감내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국민 모두는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규제를 없애고 혁신을 지원하는 법안은 번번이 가로막히고, 반시장·반기업·포퓰리즘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 원인에 대하여 경제전문가들은 국회에 시장과 기업 경영,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제 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인·경제 관료·경제학자 등 경제통이 21대 국회 때 29명으로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은 19대 국회 때 55명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통의 합리적 목소리도 극단적 정쟁과 선명성 경쟁에 묻히기 일쑤다. 이와같은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는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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