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 출발이 엊그제 같았는데,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도 지나며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여느 해 못지않게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을 되돌아본다. 코로나19 여파 진정 등 좋은 일도 있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발발하고 높은 물가, 지난여름에 집중호우로 큰 피해도 있었던 것처럼 좋은 일보다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들이 더 많았던 한 해라서 기분이 착잡하다.

새해가 되기 전, 예로부터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하는 날이 동지(冬至)를 되새겨본다. 동지가 지나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쉽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띠 새해에는 더 큰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에 국운(國運)이 흥성하고,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들며, 양력으로는 12월 21일 또는 22일이고, 음력으로 11월을 동짓달이라 부르는 까닭을 이제야 생각하다니. 동지에는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며, 남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추위는 이 무렵부터 강력해지기 시작한다.

올해 동지는 12월 22일(금요일)이고 시간은 낮 12시 27분이라 한다. ‘동지 하면 팥죽’인데, 절에 가서 액(厄)을 소멸하고 새해의 길운(吉運)을 추구하는 동지불공(冬至佛供)을 올리고 팥죽을 가져온 아내 덕분에 맛있게 먹으며 사색에 잠겨본다. 올해 동짓날은 초순(음력 11월 10일)이라 애동지라서 가정에서는 팥죽 대신 팥떡을 해서 먹는데, 절에서는 애동지에도 팥죽을 공양한다고 한다.

동지에 팥죽을 먹을까,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에는 음기가 강한 날이라 해서 붉은색의 팥죽으로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었던 세시 풍속의 하나이다. 동짓날에 죽은 역질 귀신이 붉은 팥을 무서워하여 동지에 팥죽을 쑤어 귀신을 물리친다고 전해진다.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해서 팥죽에 찹쌀이나 수수와 멥쌀을 섞어 만든 새알심을 나이만큼 팥죽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이전인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 한다. 애동지에 팥죽을 만들어 먹으면 어린아이들에게 해로울까 봐 팥떡(고사떡)을 만들어 먹는다. 민간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 여긴다.

동지팥죽이나 팥떡을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새로운 한 해에 건강하고 액을 면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데, 욕심 같으면 우리 사회와 마음속에 숨어 있는 사악(邪惡)함까지 씻어내고 치유하기를 염원하여 본다.

동지와 관련된 속담도 흥미롭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동지가 지나면 온 세상이 새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 동지 때 개딸기(도저히 얻을 수 없는 걸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동지는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로 양력 12월 22일 무렵이다. 요즘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지만, 한겨울에 딸기든 개딸기든 있을 리 없다). 배꼽은 작아도 동지팥죽은 잘 먹는다(별 볼일 없는 겉보기와는 달리 하는 일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가리킨다.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보이는 사람의 행동과 일이 예상외로 뛰어날 때 사용된다). 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처럼 짧아서 일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의 속담). 등

올해 동짓날 날씨는 무척 추웠다. 충청북도에서 한파특보 발표 중이니 안전과 건강에 유의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올 정도로 매서웠다(최저기온 영하 14도, 최고기온 영하 5도). 옛날에는 동짓날 일기(日氣)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긴다. 또 동짓날이 추우면 해충이 적으며 호랑이가 많다는 믿음이 있었다니, 날씨가 매우 추웠으니 내년에 풍년이 들 것이라고 위안하여 본다.

세파(世波)의 세월 영향인지 게으름 탓인지 시나브로 무덤덤해지는 몸과 감성을 벼리고 싶다. 동지는 팥죽 먹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해의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 날이기도 하니,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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