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결국 탈당했다.

‘12월 27일’이라는 시한을 특정하고 정치지형을 탐색했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의 원인을 “그들의 권력욕을 상식선에서 대했고 진압하지 못했던 오류를 반성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핵심이 자신을 탈당으로 내몰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은 가칭 ‘개혁 신당’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중순께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양두구육’이라는 말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부터 그의 탈당은 예견돼 왔다. 지난 대선 때 윤 정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했지만 토사구팽 당한 처지에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를 보면서 그는 지지도 추락 원인을 ‘무너진 국정’으로 꼽았다. 사실 이때부터 그는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었다.

이제 배는 떠났다. 망망대해에서 그는 어떻게 신당을 창당할까. 창당한 신당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까. 모두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정치권에 부는 바람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정치판을 재편하는 격랑이 될지는 정치권에 부는 바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창당한 신당의 성공 여부는 한동훈 비대위와도 연동돼 있다. 젊은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국힘과 그의 포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보수층을 강력하게 결집시키고 공천 탈락 의원들을 품는데 성공한다면 이준석 신당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역으로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대거로 신당에 합류한다면 매우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아직은 부정적 시각이 많다.

신당에 합류할 영향력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천아용인’ 중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신당 합류를 거부하면서 구심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은 김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신당 창당을 시사했던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력이 약해졌다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6일 취임한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를 지닌 일부 보수층을 이 전 대표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대표가 현재 국민의힘보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다소 넓게 설정하면서 중도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이준석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물은 결과, ‘낮다’는 응답이 58.3%(매우 낮다 32.9%, 낮은 편 25.3%)로 나타났다. ‘높다’는 응답은 25.9%(매우 높다 11.6%, 높은 편 14.3%)였고, ‘잘 모르겠다’는 15.9%였다.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 전체 응답률 3.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까지 우후죽순처럼 제3세력 나타나곤 했지만, 끝까지 버티진 못했다. 그래서 고착화된 양당 체제가 유지돼 왔다. 역으로, 진보와 보수라는 깃발 아래 결집시키는 진영논리가 팽배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준석 신당은 어떨까. 속단은 이르다.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회군을 할지 아니면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지는 신당의 외연 확장이 키워드다.

다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사안이 ‘김건희 특검’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된다는 데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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