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우리는 우리의 삶을 거침없이 달려왔다. 집을 사기 위해 죽도록 일해야 했고, 야근도 불사했다. 휴일도 없이 출근한 적이 있고 몸을 살라 일해야 했다. 특히 전쟁 이후 태어난 일명 베이비 부머들의 삶은 더욱더 치열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죽어라 일해야 했고, 가장으로서 무거운 어깨를 겨누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산업화에서 우리는 내가 먼저 가기 위해서, 내가 먼저 성공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돈을 벌기 위해서 경쟁해야만 했다. 삶과 돈을 위해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환경오염과 도시의 디스토피아로 각박한 삶에 빠져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계로만 봐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수년째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의 급진과 노인 빈곤률, 2030의 젊은 세대와 7080인 노인들의 자살률 증가 현상이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자신의 삶과 행복에 무게중심을 두는 삶을 지향하는 MZ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데 그동안 치열한 경쟁과 질주로 얼룩진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새로움을 찾으려는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집은 월세를 살아도 벤츠나 BMW를 운전해야 하고 직장에서의 간섭과 참견에는 과감하게 대응하며 자유를 위해 결단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MZ들의 성향은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워라벨이라는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자신들의 부모세대나 그 이전의 치열한 사회활동에 반기를 들면서 일과 삶에 균형을 맞추어 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직장에서 승진보다는 상여금이나 임금에 관심이 많아지고 휴가와 여가를 중시하는 문화를 탄생시키면서 내 인생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찾아가고,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자랑하려 하는 MZ들의 삶이 이제는 리프레쉬(refresh)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다.

리프레쉬의 뜻을 보면 피곤하고 더운 곳을 벗어나 상쾌하게 생기를 되찾는다는 뜻이다. 즉 각박하고 찌든 삶에서 탈피하여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나선다는 뜻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며 삶을 다시 찾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에서의 탈출은 곧 리프레쉬의 시작이 될 것이며 도시를 탈출한 리프레쉬족들의 종착지는 결국 농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의 삶 자체에 큰 변화를 이루면서 SUV 차량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모든 차량을 캠핑카로 바꿀 수 있도록 자동차 법 시행령이 개정되는가 하면 성행하던 도심의 베이커리 카페가 이제는 도심을 벗어나 인근에 잘 조성된 정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가든 베이커리 카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디스토피아 된 도시를 탈출한 도시민들이 한적한 카페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기왕이면 공기 좋고 경관도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가 도심 속의 카페보다 더 좋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리프레쉬를 위해 나선 도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은 한적한 농어촌이나 산촌, 섬이나 바닷가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농촌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농촌의 어메니티와 공익적 가치를 활용하는 전략과 농업경영을 통한 리프레쉬족들의 유인 등이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농촌에 방치된 창고가 카페로 변하고 마을 회관이 쉐어하우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농장이 교육장, 체험장이 되고 과수원이 캠핑장이 되고 농장 주변엔 꽃과 나무로 장식된 경관 농업 현장이 되어야 하며 농장주는 도시민에게는 농심을 일러주고 도시 청소년과 학생들에게는 심성을 가르치는 교사(敎師)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바라보며 살고 있기에 선진국 시민들의 삶을 지향하는 나라가 되면서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선진국에 걸맞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 개발도상국 지위를 상실하면서 우리 농업의 국제적 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 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정책이 급변하면서 우리 농업경영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인간의 창자만 채워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인식 확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농업을 통해 치유하고 휴양하고 학습하고 관광하는 가치를 살려 나가야 한다.

때맞춰 찾아온 워라벨 문화와 리프레쉬는 분명 우리 농업에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부터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까지 세심한 뒷받침으로 농업의 새로움을 지원해야 하고 농업인들은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도시민과 스킨십하는 농업으로 리프레쉬족 유치를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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