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요즘 웹툰을 보면 일명 ‘회귀물(回歸物)’이 많은데, 이 중에서 인기 있는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회기물(回歸物)에서 주인공은 되돌려진 어느 시점부터 살게 되는데, 자신의 욕망에 따라 과거를 바꾸고 새 삶을 산다. 이렇게 인생을 다시 살게 된 주인공은 훨씬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과거에 했던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며,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현실에선 이미 살아버린 시간을 바꿀 수 없지만, 창작물에서는 우리의 희망이 실현되니, 일종의 카타르시스(catharsis)가 있다.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품어보는 이때, 현실에서 우리의 삶에 기회를 다시 주는 방법은 없을까?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도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잘 사용함으로써 말이다.

그러다 생각난 것은 삶을 사는 주체인 ‘나’를 인식하는 자아에 대한 ‘거울자아이론’이다. 거울자아이론에서 자아개념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즉,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를 통해 자아개념을 발전시키고 형성하며, 더 나아가 이것은 ‘나를 돌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피드백은 자아존중감과 자아개념에 영향을 주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이 자신감을 상승시키는 반면, 부정적인 피드백은 자기 의심과 자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자아개념에 영향을 주는 사회, 사회구성원과 ‘나’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내가 사회에 속해 있고, 내 주변의 구성원이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도 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며, 알 수도 없다. 그러니, 어떤 특정한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고 그 판단을 나에게 전달하기는 쉽다.

예를 들면, 학생은 성적, 성인이라면 얼마만큼 부를 축적했는가 등이다. 이렇게 어떤 결과로만 자아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자아관여’라고 부르는데, 이것에 매달리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가 아닌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중요해지고, 결국,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관심을 쏟게 된다. 이는 타인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나의 자율성을 포기하고 타인의 통제에 나를 맡기게 된다는 의미이다. 쉽게 설명하면,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허락하고, 최악의 경우, 나를 헤칠 수 있는 무기를 상대의 손에 주는 것과 같다.

남들에게 똑똑하게, 부유하게 또는 멋있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이 많고 그것을 위해 어떤 행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면, 당신은 외부에서 오는 특정한 기준에 의해 자아관여가 발생하고, 이는 내 삶을 살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당신의 삶은 통제를 받고, 자율성은 스스로 포기하고, 남에게 당신을 낙담시키고 헤칠 무기를 계속 주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삶에서 자유도 행복도 있을 수 없다. 목마름과 거짓 자아만이 나를 채울 뿐이다.

따라서 2024년 당신의 삶에 기회를 주고 싶다면, 상상의 어떤 힘으로 과거로 갈 필요는 없다. 즉시 할 일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진심으로 나의 내면으로 온 것인지, 자아관여에 의한 외부적 기준인지 알아채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번뿐이며 누구나 죽지만, 2024년 지금 당신은 살아있고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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