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을이 지역구인 이상민 의원이 지난 8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5선의원이라는 무게감이 그의 이번 당적 바꿈으로 인해 충청권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그가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대척점에 있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호랑이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온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고 이후 정권 재창출이 되려면 당장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덧붙여 그러려면 정말 분발하고 지금의 부족한 점, 결함을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잡으려는 호랑이가 국민의힘인지 민주당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워딩으론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가열찬 독설을 날렸던 그이고 보면, 국민의힘으로 간 뒤에도 그런 독설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의힘은 한껏 기대감을 표했다.

그간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대전 유성에서, 이 의원의 이적이 어떤 정치지형 변화를 가져올 지 눈여겨 볼만하다.

충청권과 대전 지역은 역대 총선마다 캐스팅보트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7개 지역구 모두 석권하면서 국힘에선 험지로 인식돼 왔다. 이런 현상이 오히려 이 의원의 향후 입지를 세워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을 앞세워 대전 지역을 재탈환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성갑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름값을 내세워 인접한 대덕 지역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싸늘했다.

민주당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을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저격했다.

시당은 이상민 의원이 열린우리당, 자유선진당, 민주통합당을 거쳐, 이번에는 국민의힘 의원으로 변신했다지난 20년간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며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이 된 이상민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입당의 이유를 밝혔다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을 헌신짝처럼 버린 5선의 정치인 이상민 의원의 입당 변명치고는 초라하고 군색하다. 명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정치적 영달을 위해 지역민을 팔고, 소속 당을 팔고, 자신의 영혼까지 판 이상민 의원이 미사여구로 자신의 욕심을 포장하더라도 더 이상 믿을 국민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그의 수 차례 당적 변경 전력으로 인해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국민의힘은 선거판을 뒤흔들 호재로 작용하길 바라고, 민주당은 배신에 대한 주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총선 때마다 정치지형은 여러 상황과 맞물려 요동치게 마련이다. ‘정권 안정정권 심판이라는 두 프레임으로 대치된 현 국면은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정치인에겐 소신과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개인이 헌법적 기관이기도 한 국회의원에겐 자신의 뜻을 명확히 추진하는 소신이 있어야 하고, 일관된 신념으로 정치적 전략을 굳건히 하는 정체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선량의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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