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바야흐로 새해가 밝았다. 어느새 한 해가 가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시작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 들어 노화(老化)를 겪는다. 물론 다른 생물체들도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노화한다. 흔히 나무의 경우를 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게 자라, 큰 나무가 되고 고목(枯木)이 된다. 우리 인간 또한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에 이른다. 그 중 노년기(老年期)는 생애과정(生涯過程)의 마지막 단계로, 생체기능(生體機能)이 쇠퇴해져 점점 노화에 이른다. 따라서 사회적, 환경적 변화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된다.

무릇 인간이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를 피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언젠가는 노화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노화는 개별화 과정으로, 노화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현상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방식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에 어떤 방식으로 대비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유전적 요인은 어쩔 수 없다.

모름지기 건강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자산(資産)으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건강해야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갈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질병에 시달려, 심신의 고통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정신적으로 안정되도록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만 삶의 질이 높아져, 건강한 노후(老後)를 보낼 수 있다.

요즈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이 있다. 본래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이른바 ‘수퍼 에이저(super agers)’들이다. 90세인 태영그룹 창업자 윤세영 회장은 5년 만에 CEO로 다시 복귀했다. 최근 모태 기업(母胎企業)이 경영난을 겪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윤 회장은 매일 헬스장에서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고, 골프장 18홀을 걸어서 라운딩 할 정도로 체력이 좋다.

동안(童顔)으로도 유명한 가천대 이길여 총장은 91세로, 지금도 허리가 꼿꼿하고, 균형 잡힌 몸매에다가 근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근력의 비결은 요가와 같은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 한 시간 이상 산책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어서 93세의 권노갑 김대중 재단 이사장 이야기다. 권 이사장은 정계 은퇴 후, 본격적으로 영어 학업을 계속해, 동시 통역사 자격증에 도전했으며, 하와이대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게다가 10년 전 83세 때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23년 하반기 박사과정에 들어가, 국내 최고령 박사 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도 매일 영자 신문과 시사 영어도 읽으며 하루 6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힘써 수시로 달리기와 자전거, 역기, 골프로 체력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나이 드는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나이 드느냐, 그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는 벨기에 출신 유명 디자이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의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 후반기이자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퍼 에이저들의 생활 모습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심신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물리적으로 건강을 다지면서, 무언가 새로운 배움과 경험으로 정신적 삶을 이어간다. 실로 이러한 삶이야말로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고도 보람 있게 사는 웰-에이징(well-aging)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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