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며] 이혜정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문학박사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졌을 때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눈을 돌렸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위기 상황에 이르니 대학도 어김없이 외국인 유학생을 그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더 올리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어 보인다. 한국대학이 과연 외국인 유학생을 맞이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냐는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다.

얼마 전 경기도 소재 모 대학에서 ‘3개월 이상 1000만 원 이상 잔액 유지 필수’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국 유학생을 강제 출국시킨 사건이 있었다. 학생들의 미등록 체류자 비율이 높아지면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제한 대학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에 대한 나름의 예방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지방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한 제한 조치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일이니, 대학의 답답함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강제출국과정 면면에서 보이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인권 유린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대학의 눈에 비친 외국인 유학생은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때는 취했다가 짐이 되겠다 싶을 때는 철저히 외면해 버리는 그런 대상에 불과한 듯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비단 이 대학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소멸, 대학 위기가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교육부는 2022년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하였다. 통계 당시 18여만 명인 외국인 유학생을 2027년에는 30만 명까지 늘려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교육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하에서 대학-지역기업-지자체가 협력하여 유학생 유치부터 학업 및 진로 설계까지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분야별로 실무형 인재뿐만 아니라 연구형 인재까지 양성하여 지역 산업 성장을 이끌게 하겠다고 공언한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이제 더이상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확충 수단이 아니다.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지역 성장을 함께 이끌어 갈 일원이고,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이들을 대체재가 아닌 정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가 최근에 국립대학 육성사업과 관련해 여러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대학이 교육부의 유학생 정책에 발맞춰 외국인 유학생 유치 후 ‘교육-취업-정주’까지 고려한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대상 다양한 축제와 대회를 개최하여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대우가 예전에 비해 개선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쉬운 면이 있다.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으로 언어교육 등 그들만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모든 시스템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들의 존재를 대학의 고도(孤島)로 전락시키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온전한 ‘우리 학생’으로 인식될 수 있고 이러한 인식 기반하에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식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대학, 지역기업,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외국인 유학생만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려 애쓰지 말고 ‘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수립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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