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수사본부가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피습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을 피의자 김씨의 범행 동기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현재까지 공범이나 범행을 교사한 배후세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대체 뭘 수사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 발표를 보면, 테러 동기나 공범 존재 여부 등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해 내는 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적 정치 신념으로 극단적 범행을 했다면 그가 그런 신념을 갖게 된 원인을 찾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더욱이 범행 동기를 밝히는 핵심적 요소인 신상과 당적 등을 경찰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가 찰 노릇은, 경찰이 비공개하기로 한 김씨의 신상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공개해버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양극화된 한국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칼부림 공격이 충격을 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씨의 실명을 포함한 직업 등을 여과없이 공개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일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이보다 앞서 미 언론에 의해 이미 공개돼 버린 것이다. 경찰로선 머쓱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민주당은 비공개에 대해 비판하며 엄정한 수사와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그게 안 되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피습된 지 8일 만에 퇴원한 이 대표는 증오의 정치를 경계하는 말을 했다. 그는 이날 모두가 놀란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상대를 죽여서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느 특정한 사건이 누구를 대상으로 자행됐든 그것에 대해 비판하고 경계해야 하는 데에는 그 대상의 경중이 따로 없다.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은 누구나 똑같은 비중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지점이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배태하고 있는 뿌리 깊은 반목과 대결과 증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 나라의 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피습을 당했다는 것은 그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나라가 엉망으로 흘러간다는 반증이다.

영향력이 매우 큰 야당 대표의 피습에 대해서도 미진한 수사의혹이 남는다면, 명확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국민들은 경찰의 어떤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매우 엄중하다. 이는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목과 대립의 정치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반증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양분화의 종착점을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 원인을 밝혀야 치유가 된다.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와 결과 발표가 바로 치유의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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