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나라에서 ‘우먼파워’(woman power)라는 말은 더이상 생소하지 않다. 여성발전기본법을 근거로 정부가 처음 제정(1996년)한 ‘여성주간’이 지난 2015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되면서 본격화 됐다. 여성계에서는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차이를 알리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아지려는 게 양성평등은 아니다. 사실 여성들끼리도 차이가 있다. 여성들 간에도 다양한 상황과 계층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성평등이 더 적절하다. 여권보다 인권이 전제가 되어야 함은 여기에 있다.

한편 양성평등기본법인 모법에 따라 여성주간은 양성평등주간(해마다 7월 1일-7일)으로 선정됐다. 그래서 해마다 7월이 되면 여성의 모습을 부문별로 조명하고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작성하여 배포한 자료만 봐도 여성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고, 여성 1인 가구도 상승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잘 알려졌듯이 여성의 삶에서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남학생보다 높게 나왔다. 지금은 여성들이 겨울에 얼음물을 깨고 빨래를 하지도 않고, 장작불을 때서 밥을 하지도 않는다. 모든 생활용품이 터치만 하면 작동하는 전자제품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보다 여성들의 삶은 매우 향상됐다. 그래서 변했다고 생각한다. 변한 것 같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그래서 ‘여성 상위시대 ’ 라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여성의 삶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고 그 변화를 정서적으로 ‘평등’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다. 하지만 여성의 역할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

양성평등 시대를 앞당기며 남녀가 함께 행복하며 평등한 세상을 위해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이 보편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 추세다. 특히 교육계의 초등학교는 여자 교사가 남자보다 휠씬 많다. 가정에서도 단연 ‘여성 상위시대’로 일컬을 만하다. 대부분 가정이 주부가 돈 씀씀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변화됐다.

주부가 경제적 능력까지 갖췄다면 가정의 대소사와 관련한 발언권과 함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법과 제도적 보장, 사회적 진출, 가정 내에서의 영향력 증대 등 겉모습으로 한국은 분명 남녀평등 국가를 넘어 여성 상위시대에 진입한 것처럼 비쳐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군대에서 또 하나 여성들의 활동상이 시작됐다. 예로부터 배에는 금기사항이 많았다.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며 휘파람을 불지 못하게 했고, 사고가 나서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부자를 한배에 태우지 않았다. 심지어는 배 안에서는 생선을 뒤집어 구워 먹지도 못하게 했다. 배가 전복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다.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빼놓을 수 없는 배 금기 중 하나는 여자를 배에 태우지 않는 것이었다.

흔히 ‘재수가 없다’라거나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라는 식의 속설을 내세웠다. 그러나 합리적 이유는 선원 간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녀의 벽’이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배는 잠수함이다. 협소한 공간의 특성상 여성 승조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1985년 노르웨이를 필두로 여군 잠수한 승조원이 있는 나라는 13개국에 불어났다.

우리나라도 최근 세계 14번째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을 배출한 나라가 됐다. 장교 2명과 부사관 7명 등 9명의 여군을 도산 안창호 함과 안무함에 배치됐다. 해군은 3000t급인 두 잠수함을 건조할 때부터 여군 배치를 염두에 두고 여성 전용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 등을 만들었다. 금기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여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의 앞선 발자국이 후배들에게는 믿고 걸을 앞걸음이 되길 믿어 바라지 않는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