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충청인은 뭔가 다르다고 말한다. ‘충청도 양반’ 처럼 조선 시대 인구 비율로 양반이 많아서 불리던 별명이지만, 확실히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조용히 있던 충청도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대선과 총선이다. 선거철만 되면 충청도에서 어느 후보의 표가 많이 나왔는지, 어느 정당 지지율이 높았는지 뉴스가 쏟아진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어김없이,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지역인 충청도에서 표를 얻었다’ 라며 승리의 요인을 짚어준다. 충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요란스럽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보통 표준오차를 ±5% 정도 두는데, 충청도 여론조사는 ±12% 까지 넓혀 잡는다고 한다.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충청도를 하나로 정의하려고 하니, 발생하는 결과이다. 충청인에게는 쉬운데, 남들은 모른다고 하니, 몇 가지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충청인은 옳은 일에 두려움이 없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빠르게 일어서는 것이 충청도이다. 명성황후 시해에 격분한 을미의병은 충청도 유성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퍼졌고, 가장 활발했다. 이후에는 제천의 유인석이 중심이 되어 일본군에 대항했다. 을사조약에 항거한 을사의병 중 손꼽히는 홍주성 전투가 있는데, 홍주는 현재의 충남 홍성이다. 1906년 5월에 홍성 출신 민종식 부대가 홍주성에서 일본군을 화포로 몰아냈다. 삼일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변절한 3명을 제외한 30명 중 충청인이 7명인데, 충북 청주 우암산자락에 삼일운동을 주도한 여섯 분을 기리는 삼일공원이 있다. 한강 이남에서 충청도 다음으로 지금의 서울인 한성, 전라도, 경기도 출신이 각각 3명이니 인구비례를 따지면 더욱 놀랍다. 충청인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행동한다. 옳다 하면 두려움은 없다.

충청인은 부정적인 표현을 지양하며 점잖고 유머가 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였다가, 고구려이기도 했고 후에 신라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국 모두 하나의 대한민국인데, 고대부터 충청인 의식 속에 고집스럽게 지역을 주장하고, 편드는 것은 없다. 조선 시대는 한양과 가까워 정치적으로 휘말리는 일도 다반사니 핏대 높여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정쟁을 만드는 말은 아끼고 할 얘기는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것이 유머와 해학이다.

타지에선 TV를 틀어야 웃지만, 충청도는 일상이다. 택시를 타고 “도청 가죠?”라고 하면 “타면 가유”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문을 쾅 닫으면, “그렇게 해서 부서져유?”라고 하고, 빨리 가자고 하면 “그럼 내일 오시지 그랬었유?”라고 한다. 택시뿐만 아니다. 식당에서 밥 먹다 머리카락이 나오면 “이거 서비스유?”라고 한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해결하는 충청도 소통이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다. 이러니 희극인 중 충청인이 많은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충청인은 실용적이고 분명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선거인데, 충청도에서 각 개인의 정치성향은 있겠지만, 우선순위는 정책과 현시대의 문제해결이다. “충청도는 이 정당 지지하는 거 아니야?”라고 속단하면 큰코다친다. 교육문제가 시급한데, 엉뚱하게 어떤 정치적 성향을 앞세우면, 앞에선 경청하지만, 투표할 땐 자기 뜻대로 한다. 정당 지지가 바뀌는 것도 성향이 아니라, 이건 아닌데, 싶으면 비판은 안 하고 투표, 즉 행동을 옮겨 버린다. 충청도인은 이렇게 쉽고, 간결한데, 속을 모르겠다니, 아니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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