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등잔불 심지 낮춰 양말 깁던 어머니 /바늘 몇 땀 뜨는 사이 자욱 눈은 쌓여가고 /싸늘해진 구들장 장작 지펴 토닥일 때 주름주름 밀려온 잠 /필자의 동시 ‘자식 사랑’ 일부다. 겨울밤이 길다지만 여덟 남매의 어머니 생전은 너무 짧았던 게 분명하다. 꿰매고 줄이고 늘여가다(리폼) 새벽 닭 울음에 등잔불을 끄셨다. 그런데 유난히 혹한인 올 겨울, 정치권 쌈박질로 더더욱 춥다. 심지어 링에서 못 내려올 만큼 두들겨 맞아도 무턱대고 덤빈다. 기진맥진한 민심을 재차 자갈 낼 터…

◇ 소화기의 쓰임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 했었지~”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가 어느 새 여러 방송의 선곡으로 뜨고 있다. 화제 중심은 50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정치 데뷔다.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을 두고 한산도 ‘대첩(大捷:싸움에서 크게 이김)’과 동급으로 비유했겠나 싶다. “9회 말 투아웃에 투 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 솔직히 화끈한 여당 형세를 짐작하고 남을 총선 레이스의 대반전 카드다.

요 며칠 새 국민의 힘이 확 젊어졌다. “이재명 민주당과 달라야하지 않겠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포진한 40~50 연령대가 급속히 불어났다. 자칫 우습게 넘겼다간 큰코다칠 민주당은 여당 구도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노골적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대통령 자릴 터줬다는 두려운 시위와 엉뚱하게 이웃 집 불구경 꼴 났다.

전 현직 당 대표가 복합 리스크로 연거푸 법정에 들락거리면서도 침묵 혹은 사법부 무시로 오히려 당당하다. 명낙회동→ 이낙연 전 총리 탈당→ 신당 창당 수순 역시 맞아 떨어졌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가수 박일남의 중저음 노래처럼… 거기에 철지난 올드 보이들마저 공천장을 따내려 아등바등한다. 세대교체 몸살인데 과연 그 타율은 미더울까. 혁신안은 늘 뒷전이다. 식물도 생로병사를 거치는 법, 5년 단임 대통령·70세 정년 대법관과 달리 국회의원만 거의 종신제와 마찬가지다. 태워야 새로워진다.

◇ 낮은 곳으로

역대 최악 조롱조차 꿈쩍 않던 진영·팬덤 국회, 결국 선거구 획정을 늦춰 현역들은 이미 느긋하게 무제한 준비운동을 끝냈다. 기득권의 철저한 꼼수야말로 예비후보자에겐 충격적 갑(甲)질 맞다. 터질 만큼 누린 다선 의원까지 결국 붕당의 선봉에서 비틀댄다. “저 예비후보자 유니폼 언제 바꿨지?” 단박에 갈아엎고 평생 안볼 것처럼 부추긴다. 아무튼 300명을 뽑는 총선 판의 ‘개인기+정치 포텐셜’이 덜 주목받는 이유다. 무엇보다 789세대 국민 여론과 확장성에 비춰볼 때, 어설픈 등판일지 구원 투수일지 “첫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강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바다가 되듯 나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인간이 되는데…”(정호승, 낮은 곳을 향하여) 유권자를 애먹이지 말라. 큰코다친다. 딱히 공허한 기적소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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