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한국 사회는 2025년부터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1천만 명이 넘는 노인들의 인간다운 삶은 과연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 현대 복지사회에서 어떤 개인에게나 ‘인간다운 삶’ 또는 ‘웰에이징(Well-aging)’은 삶의 궁극적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개인이나 국가가 갖는 재정적 한계로 인해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노인의 기대수명은 83.6세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들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빈곤율 탓인지 노인의 건강수명은 74세에 불과하다. 장수가 재앙인 이유이다.

노인들의 빈곤은 미성숙한 공적·사적 연금 제도, 퇴직금 중간 정산, 기대수명 증가, 생애를 통한 자녀 부양 및 저축 부족 등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율도 2021년 기준 34.9%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후생활에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싫어도 일해야 하는 노인들이 그만큼 많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68세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소득은 180만원이다. 75세가 되면 27%의 노인들이 일하고 근로소득은 139만원으로 낮아진다.

도시지역에 사는 은퇴자들에게 물어본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인간적으로 사는데 필요한 돈이 4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경제지표와 현실 간에 괴리가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 노인들의 빈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 빈곤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보다 주관적으로 더 빈곤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인들의 경제적 궁핍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효과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경제적 빈곤은 정신적·육체적 건강문제와 직결된다. 기본적으로는 충분한 영양의 공급과 적시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장애가 된다. 또한 역할의 상실을 가져와 자발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을 퇴거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하면서 은둔에 들어가게 만든다. 이것은 심리적인 위축과 황폐를 불러오고 심지어는 자살의 유혹에 빠지게도 만든다.

은퇴한 노인들이 아무리 큰 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들 중에서 경제력은 매우 중요하다. 노인계층의 높은 경제력은 한 나라가 실질적 선진국으로 가는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조건이기도 하다. 노후를 위한 돈의 축적은 전 생애를 통해 준비해야겠지만, 은퇴 후에도 슬기롭게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은퇴 후를 대비한 생애 경제교육을 통하여 국민 각자가 경제력을 키우고 은퇴 후 슬기로운 경제활동으로 건강한 노후를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생애 경제교육은 개인이 경제와 관련하여 당면하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돕는다.

노인들의 소득증가 또는 사회참여 목적 등의 근로활동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증가하는 노인들에 대한 경제학습과 재교육을 통하여 경제활동 참여기간도 늘리고 경제력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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