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출산은 우리의 미래다. 가정의 출산은 가문의 미래다. 국가 출산율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미래가 밝다면 이것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년 24만 명 출산을 가지고는 절망에 가깝다하겠다. OECD평균출산율 1.59명(2022기준) 보다 저조한 한국의 2022출산율 0.78명(0.7명2023기준)은 우리의 암담한 미래가 예측된다. 만약 이게 장기간 이어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출산율은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 통계청 자료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의하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중은 36.4%에 그쳤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28.0%에 불과했다.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33.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다음으로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양육 부담(11.0%) 등의 순이었다. 국가적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2022년 기준 OECD 나라별 출산율을 보면 이스라엘 2.9명, 멕시코 2.08명, 프랑스 1.79명, 미국 1.64명, 슬로베니아 1.6명, 독일 1.53명, 포르투갈 1.4명, 일본 1.33명, 이탈리아 1.24명이다. 이들 국가들의 출산율 유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소멸 징후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작됐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산부인과·소아과는 의대생들의 기피 전공 1번이 됐다. 정부는 지금껏 다양한 출산율 제고 정책을 펼쳐왔다. 2006년부터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0.7명(2023기준)이 말해주듯 실패의 연속이었다. ‘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식의 출산장려책으론 이제 초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 답은 결국 ‘아이 낳고 싶어 하는 출산 친화적 사회’ 만들기로 수렴된다. “눈치가 보여 출산·육아 휴직을 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는 안 나오게 해야 한다. 풍부한 대체인력 시스템 마련은 물론 파트타임·유연근무·재택근무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 전문인력 유입 등 과감한 이민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일본의 ‘이투추상사’의 경우 “일하는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 ‘출산율 3배 기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점을 반면교사로 삼길 당부한다. ‘이토추상사’ 여성 직원 1명당 출산율은 2021년 1.97명이다. 2012년만 해도 ‘이토추상사’ 출산율은 0.6명으로 일본 평균 합계출산율(1.41명)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9년 새, 출산율이 3배로 올라 거의 2명을 낳는 셈이다. ‘이토추의 기적’으로 불릴 만하다.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오전 5∼8시에 출근해 오후 3시부터 퇴근하는 ‘아침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해외 무역을 하는 종합상사 특성상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도 원칙적으로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했다. 그 대신 수당을 지급하며 새벽 근무를 장려했다. 주 2회 재택근무제도 실시한다. 아이를 키우는 직원이라면 오전 5시에 출근했다가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감하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 아이를 낳고 부모가 직접 키울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자 출산율이 저절로 올라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생산성과 출산율을 동시에 올리는 데 성공한 ‘이토추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호응한 기업들도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점을 벤치마킹하길 당부한다.

2024년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17조5900억 원을 편성해놓았지만 기존 정책을 반복·나열하는 수준이다. 과감한 근무환경의 변화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저출산을 극복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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