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시작된 1월도 어느덧 하순으로 접어든다. 희망찬 설계로 가슴 벅찬 좋은 나날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여전히 좋지 않은 일과 힘든 일들도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중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양한 새해 소원 중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제일 많을 것이다. 건강 중에서도 뇌 건강이 비중이 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뇌 건강 관리에 대한 여러 자료와 신문 등을 읽고 치매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게 되었다.

여러 가지 노화의 증상 중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기억력 감퇴와 학습능력 저하 등 뇌 기능의 노화이다. 지인 중에서도 치매에 걸린 사람들도 있고, 방송에서 치매 보험 광고만 접해도 겁이 덜컥 날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치매 인구 100만 시대라 한다. 대표적인 고령 질환인 만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년층이 늘면서 치매에 걸리는 사람 역시 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꼽히는 일본의 치매 환자는 600만 명이 넘는다니 남의 나라 현상 만이 아니다.

뇌는 인체 장기(臟器) 중에서도 매우 튼튼한 장기여서 매일 제대로 사용한다면 그렇게 쉽게 쇠퇴하지 않는다. 치매와 밀접한 뇌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야야 한다는 일본 노인정신의학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 박사가 일러주는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뇌 운동법을 알고 실천하고자 발췌하며 다짐한다. 알고 보니 특별한 것이 아니고 거의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어 용기가 난다.

우선 한 번에 5~6초씩 두세 번 정도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도움이 된다. 심호흡은 많은 산소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두뇌는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곳으로, 몸속 산소의 30%를 소모한다. 자연스럽게 호흡을 촉진하는 노래 부르기도 같은 원리라 한다.

‘농업(農業)은 뇌업(腦業)’이라 할 만큼 뇌를 많이 쓴다는 것도 알았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상대로 일하는 만큼 예상외의 일이 많이 생기고, 이에 대처하려면 계획과 문제 해결 등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많이 쓰기 때문이란다. 일하며 많이 쬐는 햇볕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량을 증가시켜주는 건 덤이라니…

그림을 그리는 취미활동 역시 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며, 새로 개봉한 영화나 공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러 다니면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전두엽은 새롭고 신기한 것에 반응하기 때문에 비일상적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즐기는 것이 도움 된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판단이 필요한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도 전두엽을 활성화한다니 실행하고 싶다. 운전하는 것도 길을 찾아가려면 도움이 될 테지만,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니 효과가 작을 듯하다.

주위에서 보면 80세 초에 치매가 시작되는 사람이 많은데 그 까닭은 ‘80세가 됐으니 하던 것도 배우는 것도 그만둬야지’ 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걱정되고 혼란스럽다. 필자도 그때가 되면 그렇게 할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많은 것에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소비가 줄고, 옷차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런 검소한 삶이 뇌에는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공감된다. 가난했던 세대라서 검소는 미덕으로 알았는데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만족을 얻기 위한 고도의 두뇌 활동이기 때문에 적절한 사치는 뇌에 도움이 되고, 멋 부림 역시 뇌를 운동시키는 행동 요법이라는 것도 배운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멋쟁이가 되어야겠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창작 활동은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일의 하나로서 이때 뇌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니 작가로서 다행스럽고 기쁘다.

뇌 건강과 직결되는 말 중에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란 묘비명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늙어서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지 않아서 늙는다”라는 말을 내면화하며,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누리자고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