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무용지물’, ‘암흑천지’, ‘반쪽 전락’, ‘무책임 행정’, 이 표현들은 이미 477억이 투입되었고, 추가 공사로 연이어 수백억이 투입되는 내수 생활체육공원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내수 생활체육공원은 현재 축구장, 체육관, 인공암벽장 등이 사용 중이고, 야구장이 건립 중이며, 사업계획대로라면 2024년 완료 목표, 4단계에 걸쳐 총사업비 652억이 투입된다.

그러나 최근 자재비 폭등, 인건비 급등 등 물가 상승 요인으로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청주시는 정부 지원 사업인 에어돔 설치 사업에 응모해 국비 50억을 지원받고 지방비 등을 더해 총 100억 원 규모로 축구장 시설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듣고 있자면 체육시설 신규 개발 계획이 반가울 만도 한데 내수 생활체육공원의 실체를 알면 오히려 근심만 커진다.

10여 년 전 청원군은, 당시 대규모 돼지사육 단지를 매입해 문화·체육시설을 계획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어 2020년에 1단계 축구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준공 직후 문제가 드러났다. 사업계획 이전부터 공항 활주로 선상에 걸쳐 있어 ‘체육시설 부적합’이라는 의견을 무시하고 개발한 결과 고도 제한, 항공기 소음 등으로 체육시설로써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부지임이 드러났다. 더구나 항공관제와 관련하여 체육시설에 필요한 조명 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야간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시설로 ‘반쪽’ 시설로 불리었다. 이미 투입된 346억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조명 시설은 설치된 적이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비행안전구역에서는 ‘항공등화의 명료한 인지를 방해하거나 항공등화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유사등화의 설치’는 관할 부대장의 허가를 받게 되어있으나 청주 비행장 17전투비행단과 사전 협의 없이 큰 예산을 들여 조명탑을 설치했다가 철거했다. 감사원은 청주시가 법을 어기며 공사를 강행했음을 지적하며 조명탑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부실 개발이 드러났음에도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새로 제시하는 해결책이 계속되는 부실이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에어돔이 또 다른 예산 낭비의 우려를 부른다. 축구장에 덮으려는 에어돔은 쉽게 설명해 축구장을 덮는 커다란 천막과 같은 구조물이다. 천막 안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 풍선처럼 부풀리어 신체활동에 적합한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는 시설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발되어 활용성이 입증된 체육시설 건축 방식이다. 문제는 에어돔의 외관이다. 물리학적 특성상 외관은 일반적으로 백색을 사용한다. 활주로 선상 약 1.5km에 설치한 거대한 에어돔 시설에 반사되는 강한 햇빛은 항공기 조종사의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미 감사원 지적과 철거 통보를 받은 조명탑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여러 언론으로부터 우려 섞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청주시는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 개발 전, 17전투비행단으로부터 문서상 에어돔 설치 허가를 받은 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금이라도 청주시는 공군과 적극적인 사전 협의를 진행해야만 한다.

시작부터 활용 한계에 있던 부지에 시설을 개발하고 문제가 터진 후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제시한 방법들이 문제 해결은 안 되고 예산만 낭비하고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되는 어리석은 행정을 하다 보니 시설이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빨아도 누더기는 새 옷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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