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관계 규정이 쟁점

대낮에 대전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해 배승아양(9)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의 항소심이 첫 공판이 진행됐다.

30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병식)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7)씨의 항소심을 심리했다.

이날 검찰은 양형 증거로 수사보고서와 유족 의견서를 제출하고, 사고의 또 다른 피해 아동의 후유 장애 진단, 사실 조회 결과를 향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A씨 측 변호인도 이에 맞서 A씨 가족의 탄원서, 피해자를 위해 사찰에 천도재를 올렸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출했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 앞서 법원에 반성문을 두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유족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직접적으로 사죄할 여건이 안 됐던 것"이라며 "사죄할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1심 양형이 적절한지를 놓고 앞서 채택된 증거자료와 추가 증거자료를 받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A씨에게 적용된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위험운전 치사 혐의의 구체적 관계다.

실체적 경합 관계는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을 뜻하며, 가장 중한 죄의 처벌형을 기준으로 50%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상상적 경합 관계의 경우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가장 중한 죄의 형량으로만 처발한다.

A씨는 1심에서 실체적 경합범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배양을 숨지게 한 것과 만취한 상태에서 위험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배양을 숨지게 한 것을 별개의 범죄로 봤다. 

이날 김 부장판사는 "원심에서는 실체적 경합관계로 사건을 처리했지만, 이 사건은 1개의 행위를 여러 개의 죄로, 법률 평가만 달리한 것이어서 '상상적 경합'인 것 같다"며 "이와 관련해 쌍방의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요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인도 위를 걷던 배양이 숨졌고, 함께 있던 9~10세 아동 3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0.108%였고, 운전속도 역시 시속 42㎞로 법정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초과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직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등 당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며 "피고인의 의지에 따라 예측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인 만큼 과실의 위법성이 크고 결과 또한 참혹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사망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피해자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데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피해가 큰 것에 비해 형이 가벼워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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