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정규 문학평론가

니체는 마음에 빛을 품어야 희망의 빛도 알 수 있다고 했다. 희망을 느끼지 못하면 희망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보고 듣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은 빛을 느낄 수 없고, 뜨거운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찬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남의 것도 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것을 훔쳤다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그렇듯 행복을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을 알아야 불행을 알고, 겨울을 느낄 수 있을 때 여름도 느끼며, 어둠을 알아야 밝음도 안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알아야 둘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니체는 마음과 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철도역광장에서 저격 암살시켜야만 우리 민족에게 광복이라는 희망의 빛이 있을 거란 신념으로 거사를 했다. 우리 민족에게는 안중근 의사의 마음의 빛이 곧 희망의 빛이 됐다.

안중근은 조선이 일제로부터 식민통치를 받으며 주권을 잃고 재물을 착취당하고 인권마저 짓밟혀 젊은 여자들은 위안부로, 나이 먹은 남자들은 광산 등 근로자로, 청년들은 전쟁터 병사로 끌려가 목숨을 잃는 민족이 겪는 아픔에 분노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 던진 행동을 했다. 안중근 의사에게는 일제식민통치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마음에 빛이었고 그 빛이 곧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빛으로 광복이라는, 독립이라는 것을 얻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의 생전에 독립이라는 희망의 빛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나 독립이라는 마음의 빛을 가졌기에 우리 민족에게 광복이라는 희망의 빛을 갖게 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살고 있다. 그와 같이 마음은 중요하다. 마음은 곧 결과이다. 잘못된 마음은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되고 좋은 마음은 좋은 결과를 낳게 한다. 지성인이나 지도자, 정치인이 갖는 마음은 불특정 또는 특정 다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로는 그들이 갖는 마음의 파괴력은 사회를 뒤흔들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의 마음가짐이 보편타당해야함은 물론 광명의 빛이어야 한다. 사리사욕에 빠져있어서는 안 된다. 사리사욕에 매료되거나 사리분별 없는 그런 자가 지도자나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물질만능 사회이자 자유민주화 사회로 너나없이 지식의 정도가 풍부하고 그에 따라 목소리도 다양해지면서 혼돈의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다양한 큰 목소리, 물질만능사회 그런 것 다 좋다. 그렇지만 공동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질서다. 그 질서를 위해 국가도 정치지도자도 존재한다.

지금 니체가 인류를 보며 철없는 것들, 이기주의에 함몰된 것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희망의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데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느냐며 꾸짖을 것이다. 지도자는 기본이 잘못된 사람, 희망의 빛이 없는 사람, 마음이 어두운 사람, 그런 사람과 뜻을 같이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마음에 빛을 품어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마음에 빛을 품으면 국민에게는 더한 희망의 빛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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