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나비는 항상 나풀나풀 / 진짜 나비도 아닌데 나풀나풀 / 나비는 언제나 하늘하늘 / 날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늘하늘 / 나비는 늘 아른아른 / 지금은 없지만 내 눈 앞에서 아른아른 / (서민우, 청주 솔밭초 6) 어린이 동시 ‘나비(고양이의 평북 방언)’ 전문이다.

귀가 쫑긋한 게 나비 모양이고 얼굴 털 무늬 문양과 닮아 ‘나비’라 불렀다는 속설과 마주한다. 지난 세밑, 갑자기 사라진 할아버지 댁 고양이 때문에 흐느끼거나 기도하며 무거운 마음을 동시 한 편으로 삭였다. 또 얼마나 꿈속 깊숙이 헤맸을까. 아이들은 따진다. 12간지 동물 중 고양인 왜 빠졌냐며…

◇ 수수부꾸미

누가 만든 명절인지 어머니 손끝에서 뜬 누룩을 버무려 손수 빚은 제주(祭酒)로 화룡점정(畵龍點睛)하시던 종가 집 장손 부, 아버지랑 천국에서 뭘 하며 지내실까. 팔남매는 우렁이 새끼처럼 부모님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자랐다. 다섯 째 아들인 내가 중학교에 합격 방이 붙은 날 읍내를 들러 모자와 가방 학용품 등 “제일 좋은 놈으로 내 놓으라”며 팔불출을 자처하신 아버지, 3년이 지난 뒤 고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아버질 처음 업어 봤으나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너무 가벼워 몹쓸 병이 이미 괴롭혀왔을 거라는 안타까움에 시렸다. 마침내 하늘 살이 떠나신, 부모님 배턴을 받아 줄곧 가족사를 대신 써 온 큰형수가 3년 전부터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뇌졸중 신호로 119까지 급 출동한 긴박 상황였으나 골든타임을 놓쳤다. ‘응급실이 꽉 차 환자를 못 받는다’는 무자비한 의료 홀대, 지체 높은 명패하나 떡하니 놨더라면 닥터헬기가 불이 났을 테지만 초연한 척 얼른 일어나 명태 전과 수수부꾸미도 부쳐야 되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 차례 떡국은 장작불로 익힌 걸 어머님께서 좋아하셨다”고 덧댄 형수의 해맑은 웃음에서 되레 위로를 받는다.

◇ 화목한 인플레이션

선거 땐 늘 그래왔듯 포퓰리즘으로 흔들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일찌감치 민생포장 퍼주기 적폐에 안간힘을 쓴다. 어디 한두 푼이랴. 보통 수백억 아니면 조 단위다. 세수는 펑크인데 엄청난 예산은 어떻게 감당할런지. 취약계층의 대출 기록 삭제와 공공요금 인상도 잽싸게 미뤄 놨다. 나라살림 쯤 거덜 나든 말든 재탕 삼탕 재미를 본 ‘무상시리즈’ 에 연실 가결되는 법안 역시 ‘잿밥’ 본능이 시기를 늦출 수 없단 정치 프레임 맞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의원 수 50명 축소 정치개혁안이야말로 설 민심을 짜릿하게 짚었다. 감 잡았다면 잰걸음보다 두드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여 예측 못했던 화살로 모처럼의 명절 훈기조차 삐끗할까 조심스럽다. 예컨대 피붙이끼리 ‘9회 말 투아웃, 야당대표·여당의원 피습, 어쩌다 신당’ 창과 방패를 들어 폄하하거나 치켜세우다보면 거친 입담으로 울근불근할 수 있어서다. 사실 베이비 붐 이전 시절도 우애를 으뜸으로 살았건만 ‘내 몫 네 몫, 송사’에 원·피고가 돼 법정을 드나드는 에코시대 탄식과 마주한다. “끊어졌던 물 손잡고 헤어졌던 구름 다시 모여 하늘 오르듯”(이생진 시, 우도) 이번 설엔 집나간 고양이까지 ‘나풀나풀’ 돌아와 다독여주고 당겨줘 가족·정치 모두 화목(和睦) 인플레이션으로 선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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