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미호강변로를 따라 오송역으로 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로를 봉쇄하고 있는 구조물을 발견한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순간 밀려오는 가슴 먹먹함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23년 7월 15일 8시경 인근 미호강 공사 현장에서 임시제방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400m가 넘는 오송궁평지하차도는 순식간에 흙탕물에 잠겼다. 길을 지나던 차량은 급류에 휩쓸려 지하차도에 갇혔고 결국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조사 결과 부실 제방 공사, 작동하지 않은 재난 경고 안전 시스템, 신고 무시, 조치 미흡 등이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에서는 과실이 확인된 36명을 징계 통보 조치했고, 경찰과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제방 붕괴의 책임이 있는 현장 소장과 감리단장 2명은 구속되었지만,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부실한 현장 관리와 재난 대응 미흡, 신고를 무시한 공무원 등에 대한 책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충북도 공무원 2명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행복청 공무원 등 지금까지 7명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청주시 등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행정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 진상조사위원회’는 1월 31일 '7.15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조사 1차 보고회'를 통해 그동안 붕괴와 침수 현상, 특정인 처벌에만 집중한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이후 개선책이 마련됐지만 오송궁평지하차도 참사 관련 기관인 충북도 등은, 도내 지하차도가 위험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조치 미흡 환경부 등의 하천 관리와 제방 공사 부실, 청주시 등의 재난 징후 포착과 응급조치 미이행 등의 원인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오송궁평지하차도는 굳게 닫혀있다. 공사관계자는 430m에 이르는 참사 현장의 전기, 조명, 누수 등의 보강공사와 침수 시 진입 차단 시설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오는 6월쯤 개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부 시민은 참사 트라우마가 여전한데 공사가 완벽히 마무리되는 시점에 개통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사고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개통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며 막힌 도로가 그저 불편하다고 호소마저 한다. 시민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이 순간 일부 시민은 오송궁평지하차도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 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당국도, 지자체 단체장도, 관련 공무원들도 과거는 뒤로하고 바쁜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사고 책임은 가능한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처럼 그렇게 오송궁평지하차도도 모두에게서 잊힐 것만 같다. 14명의 참사 희생은 이렇게 헛되이 지나가고 개선은 없는 것일까?

트라우마와 오래 이어지는 불편 사이, 시민은 이전보다 개선된 일상으로 속히 돌아가고 싶다. 보수공사와 개통은 신속히, 원인 규명은 철저히, 재발 방지는 완벽히, 책임자 처벌은 엄격히 그리고 유족과 생존자 위로는 사랑으로 다가서는 것이 희생자도, 생존자도, 그리고 우리 모든 시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모습을 바란다.

지하차도 안 천장까지 차오르는 흙탕 물살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싸늘히 식어간 희생자들이 생각나면 가슴이 너무 아파 숨조차 쉬기 어렵다. 아직 우린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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