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병원의 침상에 20여 일 누워있게 하면 병자와 똑같은 수준으로 체력이 저하된다는 보고가 있다. 사람에게 흔히 찾아오는 모든 병은 음식의 잘못, 다시 말해서 악식(惡食)이 최대의 원인이라고 하여 소식(小食) 또는 정식(正式))을 해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심한 운동부족이 계속되면 환자와 똑같은 체력수준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아무리 식습관을 바로잡고 소식이라는 건강조건을 실행하더라도 체력은 병자와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질병의 회복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식습관을 바로 잡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건강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진정한 식양술과 서양의학의 이른바 식이요법과 다른 점이다. 서양의학의 식이요법은 영양사가 정한 차림표대로 환자에게 제공되면 그것으로 끝난다. 환자는 정해진 식사를 입으로 가져가고 먹고 나면 다시 자리에 눕는다.

그러나 환자를 자리에 눕혀 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골라서 먹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먹는 방식의 식양술은 잘 씹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의식동원'이라는 말이 있어 예로부터 식사만 올바르게 하여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므로 동양의학에서는 병이란 그 대부분이 식사의 잘못에서 온 것이며, 식사를 올바르게 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적당한 정도의 운동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이전에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만 하는 것으로 간주되던 신장병이나 심장병, 류마티즘, 신경통 환자에게도 가능하면 가벼운 산책에서부터 시작해 속보나 조깅, 줄넘기 등을 하는 것이 체력저하를 막을 수 있다.

식양술과 병행해서 운동을 시키면 소식에 의해 먼저 병의 발작이나 심한 증상이 가벼워짐으로 그와 같은 회복감에 힘을 얻어 무리 없는 정도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당뇨병은 경단식과 병행해서 도약운동 등을 시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혈압의 경우도 소식으로 줄이고 가벼운 도약운동을 시키면 초진 때에는 힘겹게 병원에 찾아온 사람이라도 1주일 정도 후면 그다지 숨이 차지도 않고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벼운 운동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환자의 가슴에 싹트게 되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차츰 무리 없는 범위에서 운동의 양을 늘려나가면 빠르게 병은 극복된다. 물론 심한 류마티즘의 동통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이 발작한 때에는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이외에는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감기나 요통, 신경통, 위궤양, 고혈압, 당뇨병, 신부전, 폐결핵 등 모든 병에 운동은 뛰어난 효과가 있다. 만성병으로 오랜 기간 자리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데 그 절반은 만성질환이라 낫지 않는 것이 아니고 꼼짝 않고 누워 있음으로 인해서 운동부족 때문에 사실은 병이 나을 힘이 있는데도 체력이 병자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병이 환자를 자리에 붙잡아 매놓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자리가 환자를 병에 붙들어 매어놓고 나을 병도 낫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병석이란 병이 낫고 나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병에서 낫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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