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중대재해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하는 법률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즈음하여 여야가 격돌하고 사용자와 노조가 격돌하고 있다. 동법유예에 대하여 급물살을 탔지만, 민주당 강경파가 의총서 틀어 불발되었다. 앞으로 파생되는 결과는 자못 궁금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산업재해처벌법에서만 다루지 우리처럼 중대재해법을 별도로 제정해서 시행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연방인 영국, 호주, 캐나다 일부에서만 시행하는 것을 정의당에서 먼저 발의했다. 이를 민주당에서 채택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소상공인들의 설 땅이 좁아지거나 없어지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시행 후 보완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더불어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을 거부했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지난달 27일부터 이 법이 확대 적용됐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이 오히려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가칭 ‘중대재해청’ 신설 협상을 걷어차면 어쩌자는 거냐”며 “경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의총만 열면 강경파가 주도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은 “공천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당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쓸 의원이 있겠나”라며 “83만 영세사업자의 절박한 호소와 수백만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이토록 외면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기업계와 노동계가 서로 윈윈하는 중재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강조하고 싶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호주 산업살인법에는 사용자와 고위직 관리자에게 20년 이하 금고와 32만 호주달러(한화 2억7천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단체의 형사책임법'은 기업에 대해 벌금형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캐나다는 이 법과 별개로 형법을 적용해 부상재해는 10년 이하 징역, 사망재해는 무기징역까지 개인에게 선고할 수 있다. 영국 기업살인법도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만 있다. 하지만 영국 기업살인법은 기업에 대한 벌금액을 50억원 이하로 제한한 한국과 달리 벌금액에 상한이 없고 연매출액과 연동해 산정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낮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도 기업에 대한 벌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서 운용하지 않고 산업안전법에서 다루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11개국의 산업안전 관련 법률을 우리나라 산안법과 비교한 결과,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사업주에 대한 법정형 평균이 징역 3년 이하, 벌금 1천만원 내외로 한국(징역 7년 이하·벌금 1억원 이하)보다 낮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입장은 "한국 경제규모는 G10(주요 10개국)으로 거론되지만 산업안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에 가까울 만큼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건설 노동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기준 OECD 평균 8.29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세 배 이상인 25.45명이다.

상기 내용을 검토해 볼 때 상호 물러설 수 없는 대립적 구도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 상호 한발씩 물러나 산업도 살리고 노동자의 안전도 보장하는 윈윈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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