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최근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AI는 주요한 키워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롭게 개발되는 AI가 인간의 지능과 감성과 창의성, 의사 결정과 학습 등을 모방하거나 개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의 일과 사고 및 행동은 물론, 사회적 관계를 바꾸고 있다. 반면에 그 과정에서 AI에 우리 일자리를 뺏기고, 개인 정보가 함부로 유출·악용되며, 가짜 뉴스와 거짓 영상이 넘쳐 날 수 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들로 역기능이다. 그럼에도 AI는 진화를 계속해, 범인공지능(ADI)이 등장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머지않아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지능을 앞서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간에선 이런 예측에 대해 테크 엘리트 사이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켜, 인간의 삶을 기존과 다르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인간의 지적 작업까지 대신함으로써, 우리가 관찰하고 사고하고 유추하며 구성하는 인간 본연의 논리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마저 퇴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뿐이 아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기술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종국엔 자아까지 갖게 된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해당 전문가나 인문학자들은 광속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되는가?

인문학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모름지기 인간은 AI와 달리 살아있는 존재이다. 비록 AI나 정교한 로봇이 모든 일을 대신한다고 해도, 삶의 주체는 역시 인간이다. 사실 오늘의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인간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여기에 인문학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릇 인문학은 인간의 문화, 역사, 철학과 같은 분야를 연구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와 사회의 본질을 사유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은 방법론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변적(思辨的)이며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인간 존재의 정수를 다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AI시대에도 인문학은 중요하다. 물론 AI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기술은 인간성을 유지하고, 그 기술이 인간의 복지와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이 시대에 걸맞은 체계적 학문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하여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삶의 기준과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AI가 지배하는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연 인문학의 필요성이 어디 있는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오늘의 인문학은 자연과학, 공학, 예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시대엔, 그러한 학문들과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접근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하여 언어학을 연구하고 문학의 컴퓨터 기반의 분석으로 문화 데이터를 대규모로 처리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인공지능, 로봇 공학 및 생명공학 등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역할과 윤리의식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이에 인문학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도구로서 기술의 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 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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