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열자(列子)의 천서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주(周)나라 때에 하남성 가까이에 기(杞)나라가 있었는데, 아주 작은 이 나라에 사는 한 사내는 항상 걱정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것은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찌하나 땅이 꺼지면 어찌하나 등의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충고하길 “하늘이 어찌 무너진단 말인가, 하늘은 공기가 있어 결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야.” 그러자 그는 “그럼 땅은 어떨까?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은 마차들이 오고 가니 무너지지 않을까?” 친구는 이에 대해 “땅은 흙더미가 쌓였으므로 우리가 아무리 뛰고 달려도 끄떡없어. 그러니 안심하게.”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이 사내는 근심을 덜어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열자(列子)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아득한 날의 문제라며, 살아가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고, 죽음이 언제 온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의욕이 있는 것이며, 언제 죽는다는 통고라도 받았다면 삶이라는 건 불안정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 기나라 사내의 걱정, 기우(杞憂)인데,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을 의미한다.

각자의 근심과 걱정을 들어보면, 당장 해결할 수 없거나, 마음의 고통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를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줘도 들리지 않는다. 걱정과 근심은 불안을 낳고, 내가 원하는 것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그리고 집중되지 못한 나 자신은 자신감이 없어지고, 분산된 에너지는 일을 망칠 뿐이다. 그러니, 걱정과 근심이 쓸데없다는 고사성어는 그저 내려오는 말만은 아니다.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이란 말도 있는데, 장자(莊子)의 즉양편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위(魏)나라의 혜왕은 제(齊)나라의 위왕이 불가침 동맹을 깨뜨리자, 노기가 등등하여 당장에 자객을 보내 암살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혜왕의 신하 공손연은 정정당당히 병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치자고 주장했고, 계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백성을 상하게 합니다.”라며 반대했다. 서로 의견이 부딪치자, 재상 혜자가 대진인 이라는 인물을 추천했는데, 그는 대뜸 달팽이를 아느냐고 물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팽이란 놈의 왼쪽 뿔에는 촉씨라는 자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만씨라는 자의 나라가 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는 끊임없이 영토 싸움을 해왔는데 어떤 때엔 양측의 병사들이 수십만이나 다치거나 죽임을 당했습니다.” 왕이 이에 대해 반문하자 그는 “왕께서는 우주가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는 우주에 비한다면 제나라와 위나라는 달팽이 뿔 위의 나라인 촉씨와 만씨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으니, 이것은 보잘것없는 일로 다투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보통 다툼이 일어나는 곳은 함께 생사고락을 하는 인간관계이다. 가족, 동료, 친구, 지인이 그들인데, 마음 상하고 다퉈보았자, 소용이 없다.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엄청난 일 같지만, 조금만 떨어져 생각해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의견이 다를 때는 거기서 나를 빼고 서로가 왜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살펴보면, 혜안(慧眼)을 얻을 수도 있다.

2024년에는 명절을 지나고 새마음으로 시작하며 떠올려 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어 나누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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