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혜정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팀장

처음 헌혈을 시작한 것이 1993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쯤이었다. 단순히 수업을 빼먹을 요량으로 시작한 헌혈이 지금까지 42회나 하였다. 헌혈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까? 혹은 무서움에 두려워서 못하다고들 하는데 나 역시도 처음은 호기심과 두려운 마음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한두 번 하다 보니 ‘10번까지만 하고 그만해야지…’ 마음먹었다가 30회에 은장을 준다고 해 30회를 넘겼고 지금은 50회를 바라보는 시점이 됐다.

헌혈은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요건이 적합해야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다.

헌혈은 전혈을 기준으로 만 16세부터 만 69세까지 몸무게 남자 50kg 이상, 여자 45kg 이상 되어야 할 수 있으며, 혈압 또한 고혈압이거나 저혈압이면 참여가 불가하다. 특히, 헤모글로빈 수치가 12.5mg/dl 이상, 혈장이나 혈소판 헌혈의 경우는 12.0mg/dl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헌혈을 우리는 왜 해야 할까?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점이 헌혈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서 적정한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헌혈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서는 ABO friends라는 등록 헌혈회원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등록 헌혈회원은 헌혈이 가능한 요건을 충족하는 자로 건강한 헌혈자이기 때문에 수혈자에 대한 안전한 혈액 공급과 주기적 채혈이 가능하여 필요한 종류의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환자 상태 및 질병에 따른 필요 성분만을 채혈할 수도 있기에 혈액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나눔 히어로즈도 있는데 이는 전년도 3회 이상 헌혈한 등록 헌혈회원을 말하며 대상자는 매년 변경되기도 한다.

2021년도 봄, 필자의 서울 큰형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 종합병원 내 수혈을 해야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그간 모아왔던 헌혈증을 보내 드렸더니 혈액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헌혈증이 큰 도움이 안 되었고 대신 형님 혈액형과 같은 RH+ O형의 공혈자를 찾아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지정 헌혈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막상 필자의 경우 헌혈을 대수롭지 않게 하던 사람이라 주변에서도 혈액형이 맞으면 당연히 해줄 것이라 쉽게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헌혈이 가능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기에 소방서 경찰서 지인들을 동원하여 간신히 지정 헌혈을 해드린 적이 있었다.

혈액은 몸 안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여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체액이다. 보통 피라고 부르는데 몸무게의 약 13분의 1을 차지하고 건강한 성인의 경우 약 5ℓ를 차지한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외상 후 출혈이 있더라도 전체 혈액의 약 20%(1ℓ)까지는 신체에 큰 무리가 오지 않으나 40%에 해당하는 2ℓ가량의 혈액을 잃었을 경우 큰 쇼크에 빠질 수 있다.

생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피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혹시 헌혈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 2024년 다짐을 헌혈의 집 방문으로 정해보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권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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