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 의사협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의협은 총파업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마주 보고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은 형국이다. 이러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충돌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부산시의사회는 13일 오후 동구 의사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각 지역 대표와 일반 회원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오는 15일 부산에서 열릴 궐기대회와 향후 총파업에 관해 논의했다.

부산시의사회 입장은 정부가 미흡한 대책으로 무작정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수 의료시스템의 정비와 교육 현장의 준비도 없이 무작정 학생만 늘려 선발한다면 현 정권 아래에서 필수 의료 몰락이 더욱 가속화해 전체 의료시스템이 흔들리게 될 것이고, 우수 인력의 편중으로 국가경쟁력도 저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오는 15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의협은 오는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도 열 계획이다.

의협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했고, 지난 9일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했다.

당장 단체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이지만,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이달 말 병원과의 수련계약서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몇 가지 단계별 당위성을 내세운다.

첫째로,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둘째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인해 국민들이 겪게 될 생명과 건강상의 위협은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셋째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대 입학 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넷째로, 오히려 의약분업으로 정원을 줄인 후 지난 2006년부터 19년간 감소한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로,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1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정부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고, 이들이 의사가 되는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의사를 1만명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증원에 반발한 단체행동 등에 대한 초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고, 각 수련병원에 3~5명으로 꾸린 전담팀을 배치해 전공의 근무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경찰도 배치했다. 더욱더 완강한 것은 업무 개시 명령을 위반할 경우 의사면허 취소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면 군 의료체계를 통한 대국민 의료 서비스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의협이나, 의료수요를 맞춰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상의 기술은 매우 떨어진다. ‘정치적 협상은 패배가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하는 유연함이다. 유연한 자세가 극단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협상의 묘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