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석우재활서비스센터장

지금 생각해보면 동심이 가득했던 어린시절 떡국과 1살의 연관성에 목을 매고 있던 나에게, ‘설날’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반가운 친척들의 방문, 차례, 세배, 세뱃돈, 보고싶었던, 그래서 손 꼽아 기다리던 특선영화 뭐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세뱃돈을 받기보단 주어야 하고, 1살을 어떻게든 주고 싶은 내게 언제든 시청이 가능한 OTT환경은 설날의 특수성을 잃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형제들 친척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다같이 모여 떡국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 나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 이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허나, 그 즐거움 속에서도 나의 마음 한켠에 불편함과 무거움이 숨어 있었는데, 부모님은 식사를 간과하시거나 조카들은 식사량에 대한 예민한 반응 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존재하는 섭식의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섭식장애(문제)는 소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고, 각 연령대에서의 발생양상과 대응법이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아 및 청소년기 섭식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이는 종종 성장과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 섭식장애가 발생하는 주요인은 사회적 압박, 과도한 외모집착, 가정 및 학교 스트레스 등이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서, 청소년기 섭식장애의 위험인자로 사회적 비교 및 외모에 대한 불만족을 지목했다. 이를 위한 대응 방법으로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의 촉진, 정서적 지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보편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SNS나 사회문화적으로 기형적인 외모지상주의적 문화형성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은 건강한 식습관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며, 아이들을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교에서도 정기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노년층에서 섭식장애는 소아, 청소년기와 달리 식욕부진, 씹거나 삼키는데 어려움, 우울증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노인 정신의학 저널’에 따르면, 노년기의 섭식장애는 기저에 있는 심리적, 신체적 건강문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노년층의 섭식장애 대응에 식사 계획의 개별화, 적절한 영양 섭취를 돕는 식사 보조도구의 사용,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식사를 그냥 때운다라기 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로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음식과의 전쟁’이 아니다.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질환이다. 때문에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를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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