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국가대표선수촌이 서울 태릉을 떠나 충북 진천군에 둥지를 튼 지 14년이 지났다.

유치 당시 진천지역 경제 활성화와 군 홍보, 정주여건 개선 등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러한 기대 속에 당시 진천군은 선수촌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인 활동과 함께 토지제공부터 진입도로 개설 등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공을 들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효과가 기대한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해 지역 안팎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은 유치 초기부터 지역 농산물 판로 및 고용 인력 증가, 방문객과 전지훈련 등을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특히 선수촌에서 연간 소비되는 농축산물은 100억원을 웃돌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기에 지역민들의 핑크빛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하지만 이 처럼 기대감 컸던 농민들에게는 상실감도 크게 됐다.

진천선수촌에 납품되는 지역 농특산품은 쌀 밖에 없고, 축산물 등 다른 식자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대한체육회는 지난 달 ‘국가대표선수촌 식자재 공급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했다.

이 공고문에 따르면 공급장소는 진천선수촌과 태릉선수촌, 평창동계훈련센터 등 3곳이다.

입찰 참가자격은 사업등록상 취급종목에 농수산, 축산물 및 가공품, 공산품, 청과류 등을 모두 취급하는 도매업 이상의 사업허가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돼 있다.

또 입찰공고일 기준 최근 3년 평균 연간 50억원(부가가치세포함) 이상 단체 집단급식소에 식자재 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제안서의 평가는 기술평가 80점, 가격평가 20점의 비중을 각각 적용한다고 밝혔다.

해당지역의 농산물에 대한 우선권이나 가점 등은 없다. 지역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통한 방법도 지역 농산물을 알리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가점도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선수촌이 지역에 있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진천군은 농산물 브랜드를 정비하며 우수농특산물 공동브랜드에 ‘국가대표’ 개념을 도입해 광고 모델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씨를 선정했다.

진천군의 국가대표 사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진천선수촌은 다른 것 같다. 서로의 소통 부재로 지역 주민 소외감 형성 등 엇박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이전이 국가의 균형개발에 목적이 있다면 이전 공공기관은 소속된 자치단체와 협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 당초 국가의 계획이며, 지방자치의 근간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지역과의 상생을 별도로 생각한다면 당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과의 거리감만 더욱 커질 것이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땅만 내어준 것이 아닌 지역 발전과 진천군민과 상생하는 선수촌이 되길 희망해 본다.

이번 선수촌의 식자재 납품 제안서 접수는 2월 20~22일이며,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025년 12월 3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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