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다시 가라하면 나는 못 가네 / 마디마디 서러워서 나는 못 가네 / 지는 해에 실려버린 내 사랑아 / 바람처럼 사라져 간 내 인생아…” 모 방송 프로그램 ‘가요무대’를 보며 가수 류계영의 ‘인생’ 트로트 중간 소절을 우물우물 따라 부르자니 울컥했다. 이어서 ‘진영갈등’ 뉴스가 뜨길래 꺼버렸다. 투정일까. ‘공정과 원칙’을 겨냥하여 사면팔방에서 방아쇠를 마구 당겨도 보란 듯 기승전결(起承轉結)조차 닫힌 보수와 붕 뜬 진보, 꼴리는 대로 타락하는 게 한심해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2020.8.~2021.3.) 경력 등, 24년 당의 산역사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둥지를 박찼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휘둘릴 때마다 대두된 구심역할 론이 떠오른 게 전부였다. ‘명낙회동’ 마저 꼬이자 ‘김대중 노무현 정신과 가치·품격 실종 및 1인 방탄 정당으로의 변질’을 이유로 탈당 후, 새로운 미래를 꾸렸고 민주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그에게 정계 은퇴까지 닦달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혁신당, 새로운선택, 원칙과 상식 등 4개 그룹 ‘개혁신당’ 세력으로 전격 합쳐 앞 뒤 위아래 어색한 동거에든 바다. 구경거리는 이낙연·이준석 공동 대표 간 키높이 경쟁이다. 일단 외형상 급조된 제3지대일 뿐 이념 괴리가 커 아슬아슬하다. 국민의힘 쪽에서 이낙연 공동대표를 진작 러브콜 했더라면 선거 스토리는 훨씬 기똥찰 텐데.

여야 초선 의원들 불출마도 이슈다. 김웅 의원(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배짱 없는 비대위원장, 실탄 없는 대통령’ 운운하며 ‘다 진 게임’이라고 비꼬았다. 홍성국 의원(더불어 민주당)의 경우 ‘새로운 시각으로 후진적 정치구조를 바꿔보려 했으나 어려웠다’는 1인 독선을 지적했다. 무망한 건, 왕년 과거를 더듬거리는 올드보이들 ‘너도나도’ 회귀가 처량하다. “아~ 사랑이여 눈물이여 묻어버린 내 청춘이여 아~ / 사랑은 다시오라 나를 부르고 / 인생은 눈물 되어 나를 떠미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끝 소절을 까먹은 척 항변하고 있다. 늙은 게 뭔 죄냐며.

사실, 22대 총선 국민의힘 승부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진두지휘에 달렸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무관심했을 터… 한데 그새 대통령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그를 흔드는 바람에 ‘함께하면 길’은 커녕, 통째 쪽 나는 줄 알았다. 반면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은 친명·친문 계파 갈등 및 그동안 혼선만 거듭하던 비례대표제를 '통합형 비례정당'인 현행 준연동형제로 굳혔다. 이념도 비책도 전무한 ’관행적 위성정당’ 꼼수의 다름 아니다. 제1야당 200석 세레머닌 아직 유효할까. 노선과 구성원 성향이 극과 극으로 갈린 제3지대 비빔밥 레시피인 개혁신당은 과연 기존 양당에 얼만큼 위협적 메뉴가 될지 수수께끼다.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 꽃’이라 했다. 공정하고 깨끗하여 향기로움을 담보한 말이리라. ‘가짜 정당’과 유권자 혼란 속에서 골골대는 정치 문법, 눈치 코치 염치 등 깡그리 잠수를 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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