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상철 청주시 총괄건축가·서원대 명예교수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한다. 이미지에 의해 지배적인 인상이 축적되어 지역의 내적 문화형성에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시각적 대상이 되는 건축구조물과 장소를 우리는 ‘명소’라고 하고 ‘랜드마크’라고도 하며 그 가치를 부여한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며, 어떻게 생각하고 활용하는 가에 따라 기억의 가치가 달라진다.

선진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생활과 기억의 켜가 축적되어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해가는 것일 것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문화’라고 하는 가치 있는 이미지 획득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그 지속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성을 전제로 건축물과 장소를 ‘상품’으로 대하면, 생성·소멸기간이 짧아지게 되고, ‘자원’의 대상으로 보면, 축적되어진 켜가 미래가치 즉 문화를 만들게 된다.

특히 건축물과 장소는 한번 건설되거나 조성되면 변경이 원칙적으로 불가하여 도시 차원의 안목과 실무 차원의 세심한 검토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의견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비전문가들의 무리한 요구와 단기적·상식적인 바램이 참고자료 이상의 역할을 하고, 여기에 개발논리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시행착오적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신중함이 결여된 결정으로 행해진 ‘전례’가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오랫동안 도심 스카이라인을 지켜 온 관례를 무시하고, 경제논리의 개발 강행의 결과로 도심 경관이 초고층 주거건물로 장악되는 속수무책의 부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이 그것이다.

구조적으로 건강한 건물과 장소가 역사성과 환경에의 영향, 문화적 장소성을 외면하고 미래 도시자산으로의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철거, 재건설로 시행되는 ‘나쁜 전례’가 만들어지면, 그 이후에 구조적 안전과 활용 가능성이 잠재된 건물과 및 장소를 철거, 신축하려는 무절제한 시도를 자제시키고 규제할 수 있을 것이며, 건물과 장소의 가치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명암타워와 같은 공공의 이해관계가 깊은 대상일수록 시민의 의견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 경우도 여러 차례 의견을 묻고 그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에 반영되어 왔다. 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이것이 당장의 쓰임과 보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기억되어져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꿀잼도시’와 같은 우리의 기대를 실현하는 데에는, 신중하게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행정당국과 이러한 미래상을 구상하고 가능성을 판단하고 제안하는 전문가들의 식견과 경륜 그리고 실현가능성의 구현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현재 구조안전 B등급의 튼튼한 구조물인 명암타워에 대해 현실적인 기능을 적용하고, 경제적 방식으로 리모델링해 상당기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또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들어갈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추진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 구조물도 노후되어 신축해야 할 타당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다.

‘문화명소의 미래상’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신중함의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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