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당선인들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유권자들을 대신해 그들의 뜻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때문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개인이 아니란 얘기다.

모든 선거는 비교 불가의 중요성을 가진다. 올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이번 총선이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 프레임에 갇혀버린 정치 현실을 벗고, 사회적 합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오와 혐오의 편가르기 정치는 종식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양당이 이분한 정치 현실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버겁게 느껴진다.

양당은 '국정안정'과 '정권심판'을 앞세워 의회 권력 탈환과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 힘은 의회 권력을 탈환,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게 목표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정권탈환의 기반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 현실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언제든 천변만화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치 않는 진실은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보수-진보의 프레임 속에서 반목과 갈등, 무조건적 적대감을 일삼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옳고 그름에 대한 투쟁이 아닌,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요구다. 이 때문에 올 총선이 정당 정치와 정치지형의 재편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미래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런 와중에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선거 공약이 자유롭지 않다. 이미 적잖은 폴리코노미 현상을 빚고 있다. 연초부터 각 가지 공약들이 줄을 잇고 있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엄청난 재원 확보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천문학적 공약들은 정치판을 뒤덮고 있다. 정치권이 선거에 올인하며 이런 흐름에 역행해선 곤란하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추세에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는가. 시대 흐름을 거스르거나 역주행하는 부분은 없는가. 여야 정치지도자 모두 성찰하며 진정 민생을 돌보고 국가 미래를 보살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정당과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은 정당과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비전과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 공약은 경제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조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약을 이행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공약은 현실의 다양한 현안과 미래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입안되어도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현실 가능한 공약만을 촘촘히 제대로 선정 추진해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정책과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여야가 앞다퉈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며 해당 지역과 관련 지역민 등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각종 개발 사업에 드는 막대한 사업비다. 공약을 성공시키려면 재원 마련 방법부터 해당 개발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고민까지 모두 포함돼야 한다.

이런 고민과 논의 없이 이뤄지는 개발 계획과 공약은 ‘유권자 마음 잡기용’ 카드일 뿐이다. 그 뒷감당은 결국 또 국민의 몫이다. 공약과 선심성 정책을 걸러내는 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개발도 할 수 있다.

선거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는 성공한 공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권자들은 자기 수준만큼의 지도자를 가진다고 한다. 헛배 부른 보름달 같은 소화불량의 공약이 아니라, 작고 옹골찬 상현달이라 하여도 내실을 더해 가는 반달이라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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