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저금리 경기 부양 정책을 펴가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종식 이후 금리 상향 조정을 통해 지난 2년여 간의 비정상적 경제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세계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유사한 정책을 폈다. 그러나 기대하던 경제 연착륙은 일어나지 않고 끝을 알 수 없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고, 러시아와 중동은 전쟁으로 경제 위기를 탈출하려 했다. 유럽 주요 은행들의 부실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 위기 대응 실패로 흔들리고 있다. 전쟁 후 오로지 노동력으로 초고속 경제 대국을 이룬 대한민국, 지난 1년 넘게 도심을 발로 다니며 갖게 된 느낌은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처참한 나락으로 향하고 있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을 ‘공급망 붕괴’로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멈추었던 기술, 자본, 생산, 유통 등 대부분의 글로벌 공급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삐걱거리는 상황이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특히 집중해야 할 근본 원인을 발견한다. 그것은 ‘노동 패러다임의 변화’다. 경제전문가들의 숫자 예측에는 노동문화 현상을 간과한 틈이 보인다. 사회학자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팬데믹 기간, 활동을 통제하고 생산을 일시 멈추었다. 쌓아둔 자원으로 인류 시스템을 비상 가동했다. 생산 없이 시장 순환을 이어가려니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현금으로 채워야 했고, 국가는 지원금으로, 저금리 대출로 소비력을 높였다. 시민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노동보다 부동산, 주식 등 투기로 부를 축적하는 쉬운 방법을 학습했다. 일하지 않아도 돈을 쓰고 재미있게 노는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세상은 노동을 잃어버렸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붕괴나, 2008년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부터 촉발된 미국의 뉴욕발 금융위기, 대한민국의 IMF 외환위기 모두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비정상적 금융구조에 의존한 ‘노동 가치’ 상실이다. 한번 베짱이가 되면 개미로 돌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굳이 말이 필요 없다. 팬데믹 기간 경제시스템이 세상을 베짱이 세상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월요병’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 주말 이틀간의 휴식 후 일터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말한다. 그런데 세상이 2년을 휴식했다. 급여는 오르고 있는데,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임금이 올라 웬만한 급여로는 어려운 일할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급히 외국인 노동자를 찾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쉬운 일조차도 일 자체를 안 하고 정부 지원금이나, 주식 등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물가가 올라 쓸 돈이 없다. 수요·공급의 시장 체계에서 공급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모델은 쓰라린 헛발질을 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